케이크 먹기를 그만 뒀던 내가 케이크를 직접 굽다니..2

2010. 4. 21. 06:45My-ecoKitchen

-, 남편 일을 맞아 굽게 된, 순 식물성 소보루 자두 케이크만들기

 

앞글에서 언급한대로, 직장을 가진 독일인들 사이에선 생일을 맞은 사람이 케이크를 준비해 와(손수굽거나 여의치 않은 경우 제과점에서 사오기도 한다.) 동료와 함께 나눠 먹는 문화가 있다. 처음 이를 접했을때, '아니 생일 맞은 사람을 축하한다고선물을 해 주진 못할 망정, 이런 부담 아닌 부담을 주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평소에 우리는 생일이라고 특별히 어마어마한 선물이나, 요란한음식, 또는 떠들썩한 이벤트를 따로 준비하지는 않는다. 다만, 생일 맞은 이에게 잠에서 깨자마자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밥상에 좋아하는 반찬을 한두가지 더 올리는 정도다. 여기에 시간이 허락하면 함께 긴 산책을 즐긴다거나, 짧은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한 생명이 태어난 것은 물론 축하해 마땅한 일이기는 하지만, 야단스러운 축하는 어릴 때 받아본 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이다. 또 대단한 축하를 받을 만큼,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 뭔가 큰 일(?)을 한 것도 없으니, 생일이란게 아주 특별할필요는 없다. 그렇긴해도, 우리 서로에게는 중요한 날이니, 우리는 조용하면서도 의미있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왔다.

 

늘 고요하고 평온하던 생일에 다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남편 생일 때마다 나는 케익을굽게 되었다.

뭐 케이크 굽는 것이야, 적어놓은 요리법대로 하다보면 아무 문제 없이 구워지는 것임을 알고는있지만, 내 성격이 소심한 것인지 '케이크를 망치면 어쩌나', 사람들이 먹어보고 '역시나 비건 케이크는 맛이 이상해.' 이런 말들을 하는 건 아닐까.쓸데 없는 걱정이 떨쳐지지 않곤 한다.

 

만들때 마다 쓸데없는 걱정으로 내 마음의 고요를 깨뜨리기는 하지만, 적힌대로 따라하다보면, 어느새뚝닥 만들어지는 비건 케이크, 함께 만들어 보자.



달걀도, 유제품도들지 않은 식물성 비건 케이크- 소보루를 얹은 자두 케이크 굽기


1. 이스트 준비하기


이스트 준비하기▲ 이스트 준비하기- 설탕을 넣은 미지근한 물에 이스트를 녹이고 컵 가득히 부풀어 오를 때까지 기다린다. ⓒ 김미수

>>재료

-생이스트 절반(20g)

-1/3 컵미지근한 물(80mL: 이스트를 파괴할 수도 있으니, 뜨거운 물은 안 된다.)

-2 찻숟가락분량의 설탕

 

>>방법

미지근한 물에설탕을 넣고 녹인 다음, 여기에 생이스트를 넣어 쨈 바르는 칼이나 찻숟가락으로 이스트를 저어서 녹인다. (인내심이 출중하다면, 이스트가 녹아 형태가없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살짝 저어 주기만 하면 된다.)

이스트가 컵가득히 부풀어 오를 때까지 기다린다.


* 이렇게 이스트를 먼저 활성화시켜 반죽가루에 넣어 반죽하는 방법은 아주 교과서적인 방법이다. 더 간단하지만 사실 그다지 별차이가 없는 방법은 아래의 반죽재료 준비한 것에 그냥 분량의 이스트와 물을 함께 넣고 반죽하는 것이다.


 2. 반죽 준비


반죽하기▲반죽하기- 일단, 미지근한 물에 마가린을 넣고 밀가루 한 주먹을 넣고 섞은 뒤에 밀가루를 좀 더 넣고 섞기를 반복하며 반죽 기계로 잘 섞어주거나, 손으로 여러 번 치대어 섞어 준다. ⓒ 김미수


>>
재료

-400g-500g의 밀가루(조금 도톰한 빵을 원한다면 500g을 사용.)

-미지근한 물한 컵 조금 못 되는 분량 (500g의 밀가루에는 물 한 컵 가득: 240mL)

-150g 정도의 식물성 지방(Fat) 혹은 마가린 (나는 트랜스지방이 안 든 독일 유기농 천연 자연 마가린을 썼지만, 한국 일반 슈퍼에서 파는 일반 마가린은 전이지방(트랜스지방)등의 문제로그다지 권장하지 않는다. 구할 수 있다면, 팜 지방: Palm fat이나 코코넛 지방: Coconut fat 같은 자연지방을 사용하는 게 좋다.)

-2 큰 숟가락 비정제 설탕

-1봉지 바닐라설탕 (예전에 사뒀던 유기농 정제하지 않은 천연 바닐라 설탕을 썼다. 15-20g 정도의 소량이라, 이것까지 굳이 백설탕을 써야 할 필요는 못 느꼈다. 바닐라 향은 케익의 아주 은근한 풍미를 만들어 내는데 도움을 주지만, 구하기 어렵다면 굳이 넣지 않아도 맛이 아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 같다. 독일에서도 마트에서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바닐라 설탕은 천연 바닐라 대신 화학적인 향을 설탕에 첨가한 경우가 많은 걸 생각하면, 한국 제빵 재료상이라고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바닐라 설탕을 살 때, 천연 바닐라인지, 화학 성분을 첨가해 만든 것인지에 유의할 것.)

-레몬 반 개 분량의 즙, 혹은 2큰술 레몬주스

-소금 한소끔 (두 손가락으로 살짝 집은 정도나, 칼끝으로 조금 뜬 정도)

 

>>방법

먼저 반죽을할 큰 그릇에 미지근한 물 넣고, 여기에 마가린을 넣고 녹인 후, 약간의 밀가루를 넣고 저어 준다.

1에서 준비한부풀어 오른 이스트, 설탕, 레몬을 넣고, 남은 밀가루를 조금씩 넣고 섞는다. 한 번에 다 부어 섞으면 잘 섞이지 않고, 힘만 들 수 있으니,좀 넣고 섞었다가, 또 좀 더 넣고 섞기를 반복한다.

이 반죽은 일반케이크와 달리, 빵 반죽 정도의 점도를 가져야 한다. 너무 무르지 않게 되도록 주의할 것.

 

다 된 반죽은용기 위에 천을 덮어 따뜻한 곳에 놓아둔다. 반죽이 빨리 부풀게(발효되게) 하기 위해서 간단한 방법으로, 천을 덮은 반죽용기를 오븐에 넣고 스테인리스 스틸이나사기로 된 국그릇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물을 부어 오븐 바닥(반죽 용기 아래)에 두고 오븐을 닫는다. 15 분쯤 후에 물을 뜨거운 물로 한 번 더 바꿔주면, 난방이 잘 되어 있지 않은 추운 겨울에도 금방 발효가 된다.


3. 소보루 준비

 

소보루 준비▲ 소보루 준비- 재료를 넣고 살살 멍울 지게 섞어 놓는다. ⓒ 김미수


>>재료

-3/4컵 설탕

-160-170g 마가린, 상온에 둬서 약간 말랑한 상태로 준비.딱딱하면 섞기 어렵다.

-1컵 밀가루

 

>>방법

위의 재료를모두 한데 넣고 손으로 살살 멍울 지게 섞는다. 한꺼번에 다 넣고 섞기보다, 마가린과 설탕 넣은 데에 밀가루를 3번 정도 나눠 넣어가며 섞으면좀 더 수월하다.

다 섞고 난소보루 멍울이 상당히 촉촉하고 보드라운 편인데, 괜한 걱정에 밀가루를 더 넣을 필요는 없다. 백밀가루만 사용한다면, 위의 분량에 반 컵의 밀가루를더 넣어도 별문제가 없으니, 다소 딱딱한 소보루를 좋아한다면 밀가루를 반 컵까지 첨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통밀을쓰는 경우에는 밀가루 양을 늘리면 상당히 건조해지니, 주의해야 한다.

 

4. 오븐 용기에 담기

 

오븐 용기에 담기▲오븐 용기에 담기- 베이킹 종이를 깐 용기에 반죽을 깔고, 자두, 소보루 순으로 얹는다. ⓒ 김미수


>>재료

- 1번부터 3번까지 준비한모든 재료

-과일: 나는시댁 텃밭에서 수확해 시부모님이 설탕물을 넣고 병조림을 해 둔, 700mL 짜리 자두 병조림 2병을 사용했다. 쓰기 전에 체에 걸러 물기를 약간뺀 상태로(그렇다고 아주 건조하지도 않은 상태) 사용.

병조림한 과일외에도 자두나 사과 같은 생과일(씨를 뺀 앵두류, 껍질을 깐 귤 등 상황에 맞게 창의적으로!)을 쓸 수도 있는데, 이때는 과일을 반죽 위에 다올리고 나서 설탕을 손가락으로 집어 골고루 뿌려준다. (과일 다음에 얹을 소보루가 달기 때문에 설탕을 많이 뿌릴 필요는 없다.)

특히 사과를 쓴 경우, 계핏가루를 조금 뿌려주면 잘 어울린다. 생각보다 과일이 많이 드니 넉넉히 준비할 것.

 

>>방법

따뜻하게 둔반죽이 2배 이상 부풀면,

오븐용 큰 사각접시에 베이킹 종이를 깔고, 반죽을 중앙에 부어 손이나 밀대로 반죽 굵기가 일정하도록 얇게 펴 준다.

과일을 빈틈없이빽빽이 얹고 소보루를 마지막으로 올린다.

 

5. 굽기

 

완성된 케이크▲ 완성된 케이크- 낮은 온도에서 한 번 더 발효시켰다가, 고온에서 30분간 구웠다. ⓒ 김미수


>>방법

섭씨 50도의 오븐에서 5-10분 정도 구워 반죽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린 후(2차 발효), 200도에서 30-40분 정도 굽는다.

나무젓가락을케이크 중앙에 찔러 봐, 빵이 끈끈하니 묻어 나오면 아직 덜 구워진 것이니, 좀 더 구워야 한다.

 

  참고사항


백밀을 쓰기가꺼려지는 경우, 통밀가루에 백밀가루를 1/3이나 1/4 정도 섞어 반죽을 준비한다. (통밀이 백밀보다 잘 부풀지가 않아서 둘을 약간 섞어주면 좀 낫다.) 사실 이스트나 반죽에는 설탕 대신 동량의 조청을 넣어도 좋다. (보통 나는 빵이나 피자를 만들 때 이스트를 부풀리는데 설탕을 쓰지 않고, 우리나라의 조청같은 설탕무로 만든 시럽을 사용한다.)

하지만, 소보루는 설탕 없이는 잘 만들어 지지가 않는다. 반면, 소보루 만드는데는 100% 통밀가루를 넣어 만들어도 맛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또, 취향에 따라 소보루에 땅콩 같은 견과 가루를 조금 넣어도 좋다.


 

생태적일 수도, 뭐 하나 몸에 좋지도 않을 케이크이지만은....

 

케이크 외에도 유기농 가게에서 산 바게트(통밀, 백밀 2종류)에 마가린과 비건 패이스트를 바르고 작은 빨간 무와 오이를 얇게 썰어 바질로 장식해 올려 준비했다(남편과 함께).


동료 중 하나는바게트 위에 바른 패이스트 하나가 자신이 집에서 즐겨 해먹는 것과 맛이 비슷하다며, 혹시 버터와 토마토소스를 동량으로 섞어 만든 게 아니냐는 질문을했다는데, 그 패이스트는 사실 해바라기 씨앗 간 것에 토마토와 이탈리안 허브를 섞어 만든 것이었다. (직접 만들진 않고 구입한 유기농 비건 패이스트였음.)

 

한 입 바게트 요리▲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을 위한 배려- 바게트에 마가린과 비건 패이스트를 얇게 바르고 생야채와 바질을 얹었다. ⓒ 김미수

 

준비해 간 음식이 다행히도 케이크 작은 한 조각 외에는 남은 게 없을 정도로 둘 다 반응이 꽤 좋았다고 한다. 처음에 케이크를 먹던 동료들이 달걀도, 유제품도 안들어간 케이크라고 하니, 아주 놀랐단다. 맛이 보통 케이크 다를 게 없다면서.

 

사실 굳이 티타임이나카페파우제 같이 식사시간처럼 정해진 다과 시간이 없어, 굳이 케이크를 먹게 되는 문화가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출출할 때 간식으로 케이크 대신에 과일이나 오이 같은 생야채를 아삭아삭 씹어 먹거나, 고구마나 옥수수 등을 쪄 먹는 게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고, 건강에도 훨씬 좋은 방법이다.

 

물론 채식을한다거나 생태적인 삶을 지향한다고 해서 모든 욕구를 억제하고 수도승처럼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비록 소량을 사용한다고는 해도케이크를 굽는데 식물성 지방이나, 바닐라, 레몬 같은 여러 이국적인 재료들이 빠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또 오븐 한 번 사용하는데, 전기나 가스등의 에너지가 얼마나 많이 드는지 한 번이라도 눈여겨본 적이 있다면, (케이크 하나 굽자고 몇십분 동안 오븐 전체에 불을 달구는 것만큼 부엌에서 낭비를 조성하는 방법도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온대 기후에위치한 일반 도시 문명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과연 '생태적인 케이크란게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는데 케이크가 너무 먹고 싶은 이들이라거나, 이제 막 비건 식생활을 시작해 케이크의 맛이 못 견디게 그리운 이들, 혹은 비건 케이크는맛이 어떨까 궁금한 이들이 한 번쯤 시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생크림을 얹고 하는 다른 케이크에 비해 비교적 만드는 법도 간단한 편이고, 과일함량이 상당한 편이기에 설탕 밀가루에 크림과 치즈로만 범벅인 케이크보다는 그나마 좀 나은 편이니.


마지막 수정 201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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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먹기를 그만 뒀던 내가 케이크를 직접 굽다니..

하나, 혀를 즐겁게 하는 것 외엔 우리 몸에 이로울 것이 없는 케이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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