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Creative Commons License
Creative Commons License
-독일 공공도서관 벼룩시장을 다녀와서


시댁이 있는 베젤(Wesel)에 있는 공공도서관에서는 기증받은 책이나 오래된 책들을 모아 일년에 네번 벼룩시장을 연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모든 책들은 그 두께나, 컬러의 비중에 상관 없이 1 유로(약 1800원) 아니면 0.5 유로다.

독일 공공도서관 벼룩시장

▲ 판매되는 모든 책들은 1유로 아니면 0.5 유로. 맨 앞 중앙의 책꽂이에 '각각 0.5 유로 (je 0,50€)' 라고 쓰여있다.2009 ⓒ 김미수


'공공 도서관에서 여는 벼룩시장이라니...'
처음엔 참 낯설기도 했었다. 그러나 요즘엔 우연찮게 시댁을 방문하는 동안 벼룩시장이 열리는 날이 겹치기라도 하면 나도 모르게가슴이 설레인다. 그것은 단돈 '1유로 이내'라는 초특가에 책을 살 수 있다는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벼룩시장에 가면 절판되어시중에선 구하기 어려울 법한 희귀한 책들도 종종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한권이 갖는 절대적인 값어치는 별도로 하고 상대적인 가격만을 비교해 생각해 볼 때 요새 책값은 상당히 비싸다. 그렇기때문에, 사고 싶은 책들을 한번에 수십 권이 넘게 사기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런 벼룩시장을 이용하면 관심가는분야의 여러 책들을 몇 십권씩 사도 웬만해선 몇 십유로 넘지 않는다. 또 살 책을 정해 놓고 서점에 가거나 인터넷으로 책을주문하는 것과 달리. 그곳에 가면 매번 생각지도 못한 책들을 만나게 되는 기쁨이 있다.

'이번엔 어떤 책들이 나와있을까.'
매번 궁금하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내 손길을 기다리는 책들을 '발견하러' 나는 그곳에 간다.


의자에 앉아 한권 한권 꼼꼼히

▲ 꼭 필요한 책만을 사기 위해 의자에 앉아 한권 한권 꼼꼼히 살펴 본다.2009 ⓒ 김미수

이번 도서관 벼룩시장도 때마침 시간이 맞아 남편과 함께 다녀 왔다.
늘 그랬듯이 문 여는 시간에 딱 맞춰 갔다. 나중에 책을 담아갈 커다란 빈 배낭을 내려놓고, 내 관심분야인 자연과 가든, 그리고 요리에 관한 책이 꽂혀있는 책꽂이를 먼저 쫙 훑는다. 그렇게 일단 대충 중요한 책들을 골라놓고 나서, 나머지 책꽂이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둘러 본다. 혹시 흥미있는 다른 책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책을 다 고른 후에 책꽂이 옆에 놓인 작지만 안락한 의자에 앉아 한권 한권 꼼꼼히 살펴 본다. 정말 꼭 필요한 책만을 사기위해서다. 고민에 고민을 더하지만, 보통 제외되는 책들은 처음에 고른 책의 10% 이상을 넘지 않는다.

그렇게 매번 자가 확인과정을 거치고 난 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망설여지는 책들'을 놓고 한 번 더 함께 고민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고르고, 골라도 매번 몇 십권 씩 사게 될 때가 많다.



벼룩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도서관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유모차를 끈 아빠 손을 잡고 온 아이들 부터 할아버지들까지. 남녀 노소 할 것 없이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저마다 설레임을 안고 찾아와 각자 발견한 책들을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간다.
 
우리도 그렇게 책들을 이고 지고, 집으로 돌아 왔다. 그곳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항상 꽉 차있다. 둘이 나눠 담아도 각자의 배낭에 빽빽히 들어찬 책과 가슴 가득한 기쁨과 만족감으로 말이다.

독일 공공도서관 내 아이들 모습

▲ 아이들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저마다 설레임을 안고 찾아온다.2009 ⓒ 김미수





nGCDxNA4iCqBeSL1-kDyi1w-A9gp_QTK8HcBDBYwQc0,
(mx_blog)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Creative Commons License
Creative Commons License

생명을 위협하는 비행기 여행

Posted 2009/06/17 10:12
-비행기 여행, 이대로도 좋은가.


하나, 한 번에 죽음까지 몰고가는 위험한 여정-비행기 여행


오랫만의 고향 나들이를 마치고 며칠 전 다시 독일로 돌아왔다.
길다면 길 수 있는 4년이란 시간 동안 한 번도 가족과 친구들을 보지 못했고 또 나름대로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에이번 여행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헬싱키를 경유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 몸을 실은 후 내 결정에 대해 후회와 의심이들기 시작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비행기 안에서 - 특히 이,착륙을 할 때와 난기류로 인해 비행기가흔들릴 때마다, 내 몸은 긴장으로 뻣뻣해졌다. 또한, 옆에 앉은 남편을 잡은 내 손에는 매번 땀이 차 오르곤 했다. '비행기를처음 타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러나.' 싶기도 했지만, 4년 전 겪은 악몽같은 기억을 떠올리면 내 몸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4년 전 독일로 가기 위해 내가 탄 비행기는 경유지인 타이페이에 한 번에착륙하지 못하고, 두 세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착륙을 했다. 처음에 착륙을 실패했을 때 만해도 함께 타고 있던 주위 사람들은마치 아무 것도 아니란 듯이 웃음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또 다시 비행기가 착륙에 실패하자, 탑승객들은 물론 승무원들까지 당황하는기색이 역력했다. 거대한 비행기가 착륙하려고 고도를 낮췄다가 갑자기 위로 오르기를 몇 번 반복하는 동안, 나는 겨우 신음소리만한 외마디 비명 밖에 지를 수 없었다.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해 내가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기를 빌면서.

1초가10분 같던 그 시간, 정말 이대로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정신이 없는 상황 속에서 살기 위해 내 스스로가 할 수 있는일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비행기 탑승 후 알려주는 긴급 상황 대처요령들이-머리를 숙이고, 산소마스크나 구명조끼를 입는 방법등의,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비행기가 땅에 추락해 박살이 나면 그만인 것을.

끔찍한 경험으로 반쯤 넋 놓고 앉아 다음 비행기를 기다리며 나는 뼈아픈 반성을 했었다. '한 번의 위험만으로도 금세 죽음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비행기 여행을 나는 그동안 너무 가볍게 생각해 왔구나.' 라고.

▲ 비행기 창에서 내다본 풍경

▲ 비행기 창에서 내다본 풍경 -비행기 안에서 내다보는 바깥 풍경은 항상 흥미롭고 아름답다. 비행기 여행이 안고 있는 큰 위험에도 불구하고.2009 ⓒ 다니엘 피셔



둘, 생물종의 말살을 불러오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의 공신
- 비행기 여행


오랫만의 고향 나들이가 정말 오랫만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다른 여러 이유도 있지만, 한 번의 비행기 여행이 환경에 끼치는 무시할 수 없는 악영향 때문이기도 했다.

헬싱키를 경유해 독일과 한국을 오가는 비행기 여행으로 내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은 5560kg. 일년간 냉장고 사용으로 인해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이 100kg 이고, 중형차 정도의 자동차를 1년간 몰았을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2000kg인것을 감안하면, 몇 주간의 여행에 따른 결과 치곤 상당히 치명적인 양이다. 더군다나 지구에 크게 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이산화탄소 배출 허용량이 일년에 한 사람당 3000kg 라고 하니, 난 단 몇 주 만에 벌써 2년 동안 배출해도 좋을이산화탄소량을 배출해 버린 셈이 되었다. 평소에 냉장고 사용을 하지 않는 등 가능하면 에너지가 적게 드는 생활을 하려던 그동안의노력들이 단 한 번의 비행기 여행으로 물거품이 됐다는 생각이 들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흔히들 온실가스 배출이나와는 무관하고, 대신 거대한 산업 단지들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러나 즐거운 휴가를 위해 계획한 비행기여행으로도 엄청난 온실 가스가 배출되고, 그것이 야기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때아닌 폭우며,갑작스런 토네이도, 이상고온 현상 등-로 인해 생물들이 죽어가고, 심지어는 그로 인해 죽는 사람들도 있다는 연결고리를 인식하고사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요새 사람들이 가격이 싸다고 단 며칠 간의 해외여행을 감행하는 모습은 어떤가. 어떤이들은 비행기 여행이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인 양 쉽게 결정하고 떠나기도 하지만, 분명 비행기 여행은 잠깐 야외에 바람쐬러나가듯 가볍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삶의 '연결고리들'을 인식한다면 우리의 결정과 행동에 조금 더 책임감이더해지지 않을까.


비행기 여행-정말 일상적인 것이 되어도 괜찮은 것일까

독일로 돌아오는 길에 경유지인 헬싱키에서 집어든 유럽판 타임지에는 얼마전 실종된 에어 프랑스 비행기 447에 대한 얘기가 짧게 실려 있었다. 기사 중간에 붉은 색으로 적힌 '몇천 몇만 킬로를 짧은 시간에 여행하는 비행의 기적은 비극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일상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라는 요약문은 비행 여행에 관한 우리의 태도를 잘 지적하고 있었다.

"...대륙간 비행 여행의 역사는 불과 채 40년도 안 되는데,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것을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것으로 생각하고있다....비행은 세계를 지구촌으로 만들고, 우리의 가능한 것에 대한 인지를 변화시켰으며, 낯선 것을 익숙한 것으로 만들었다.비극은 우리가 일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들이 정말 그러한 것인가 돌아보게 한다."
 < The Moment/ 2009년 6월 1일 파리>
2009년 6월 15일자 유럽판 타임지-VOL. 173, NO. 24 | 2009, 11쪽

세상에는 이미 거대한 비행 사고 등과 같은 비극이 많이 일어났고, 또 환경에 대한 비극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믿고 싶지 않고 보고 싶지 않을 만큼 불편하다고 진실이 거짓이 되진 않는다.

조금만 마음을 더 열고 인식을 새롭게 해 보이지 않는 것도 보려고 노력해 보자. 결정에 앞서 내게 올 수 있는 불행이나, 혹은 내결정으로 인해 피해를 받을 지도 모를 다른 생명들을 생각해 보자. 당장 눈에 띄는 무슨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이런것들이 쌓인다면 최소한 비극의 진행 속도를 조금 더 늦춰볼 수 있진 않을까.
우리 모두가 조금씩 달라진다면 말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기(Emissions Calculator)

독일의 아트모스페어(Atmosfair)라는 단체(Non-Profit-Organisation)에서는 비행기 여행시 발생하는 개개인의 온실가스 방출량에 대한 기부금을 받아개발 도상국의 생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는 개인이 발생시킨 온실가스를 생태 프로젝트 진행으로 절감시키자는 의도에서 비롯된것이다.

홈페이지의 '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기(Emissions Calculator)'라는 메뉴에 들어가면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해 개인당 편도 혹은 왕복 비행기 여행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계산할 수 있다.이때 냉장고나 자동차 사용에 따른 CO2 발생량 등이 함께 제시되어 계산된 CO2량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아트모스페어와 같은 단체들에 기부를 해 내가 방출한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노력을 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하지만, 이 곳의 안내글에도 나온것 처럼 충치를 때웠다고 그 이가 처음의 건강한 이가 되지 않듯이 비행기 여행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Creative Commons License
Creative Commons License

한 봉지 바나나가 준 교훈

Posted 2009/01/07 00:17
좀 더 소박한 삶을 사는 새해가 되길 바라며


달콤한 바나나의 유혹

우리의 설날처럼 큰명절로 여기는 독일의 크리스마스와 새해 연휴를 가족들과 함께 보내기 위해 시댁에 온 후로 벌써 여러날이 지났다. 크리스마스즈음에 가족들과 함께 장을 보러간 마트에서 그 날 따라 유난히 바나나가 눈에 띄였다. 바나나가 있는 코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그 주위를 맴돌다가 남편에게 넌지시,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그런데... (파티 분위기도 낼겸 평소에는 먹지 않는 이국적 과일인) 바나나 한 번 사 먹어볼까? 유기농에 '공정무역(fair trade)' 제품인데." 하고 물어 봤다.
그런 나를 보고 살며시 웃으면서 그는
"나는 별로 생각이 없지만, 먹고 싶으면 (장바구니에) 담자." 라고 대답했다.
남편이 동조해주기를 내심 바랐던 나는 그 말에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뭔가 떳떳하지 못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그래서인지 장을 보는 내내 '공정무역제품이니까 괜찮아, 뭐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아니 어쩌다도 아닌, 채식을 시작한이후로 처음이자, 또 (아마도) 마지막으로 사려는 건데..'라는 말로 나는 내 스스로에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결국 '유기농공정무역' 바나나 한 봉지를 샀다.


유기농 공정무역 바나나

유기농 공정무역 바나나

▲ 슈퍼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유기농 공정무역 바나나 2009 ⓒ 김미수

오랫만에 먹는 바나나는 너무 맛있었다. 물론 그동안 초대받은 모임이나 생일 파티 같은 곳에서 한 두번 맛을 본 적도 있긴했지만, 직접 산 바나나를 먹는 것은 거의 7,8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유인 즉, 생태적인 세상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최소한의 것을 실천하기 위해 채식인이 되었으면서,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데다(장거리 운송을 위한 에너지낭비 문제) 덤으로농약까지 듬뿍 뿌려진(생산된 나라의 토양과 수질 등 환경오염 문제) 수입 과일을 사 먹는다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기때문이다.
그런데 독일에 와보니 예전에 한국에선 보지 못한 '유기농 공정무역 바나나'가 있었다. 그동안은 생태적인이유를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유기농과 공정무역제품이라 하더라도, 지역 농산문이 아닌 이상, 유통에 드는 에너지 낭비의 문제) 그비싼 가격 덕분에 유기농 가게에서 파는 바나나는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그래서 고맙게도 사먹고 싶은 욕구를 절제하기에 별 어려움이없었다. 그런데, 이 유기농 공정무역 바나나가 얼마 전부터는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슈퍼마켓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나는 내가 산 바나나를 조금이라도 남편이 같이 먹어주기를 기대했지만, 예상대로 물론 남편은 단 한 개, 아니 단 한 입의 바나나도입에 대지 않았다. 그는 단호하고,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이라 아마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때문에 더욱 나 혼자만 유혹을이기지 못하고 나쁜 짓을 저지른 양 주눅이 들었다. 어쨌건 바나나를 다 먹고 난 후, 나는 이 바나나 한 봉지로 내 사치가 마무리졌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문제의 시작, 바나나 한 봉지

내가 바나나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께서는 한 봉지를 더 사오셨다. 그 때 나는 '바나나 한 봉지를사먹긴 했으나, 기본적으로 바나나같은 수입 과일을 이런 저런 이유로 먹고 싶지 않고, 먹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되도록이면자제하고 싶다'라는 입장을 말씀드려야 하나 어쩌나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백번의 말보다 한번의 행동이 낫다고, 이왕사 주신거니 조금 먹기는 하되, 다 먹어치우지 않고 시댁을 떠나기 전까지 바나나를 계속 남겨두면, 나를 위해 더 이상 유기농 공정무역바나나를 사지 않으실거라는 생각에 일부러 바나나를 그대로 두었다. 그런데 왠걸, 독일인임에도 마치 한국의 엄마들처럼 자식들을살뜰히 챙기시는 어머니께선 바나나만 보면 내가 생각나셨던지, 그 뒤로도 바나나를 2봉지나 더 사오셨다.
결국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어머니 마음에 상처를 조금 드릴 것을 감수하고 내 입장을 말씀드렸다.

채식인이었고, 남편인 스콧 니어링과 함께 버몬트의 숲속에서 오랫동안 자급자족하는 소박한 삶을 살았던 헬렌 니어링은"소박한 밥상"이라는 책에서 스스로가 녹색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사람인지라 언제나 한결같이 일관성있게실천하지 못하고, 가끔씩은 스스로에게 관대해 질 때도 있다고 고백을 하였다. 처음 바나나를 살 때 이 말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던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말을 떠올리며 '나도 인간이니까 가끔 이렇수도 있는 거지..(하물며 헬렌 니어링같은이도 그랬다는데..)'하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했었다. 그런데, 그 작은 시작이 내가 계획하고 원했던 대로 단 한 봉지에서 끝나지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바나나를 통해 본 내 안의 욕망과 신념의 충돌

그런데 뼈아픈 경험을 교훈으로 삼고 남기기 위해 글을 쓰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나는 이런 일이 생길수도 있다는 것을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나.'
아니, 내 안의 나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몇 년을 겪어온지라 어머니가 어떤 분인지 나는 어느 정도 알고있었다. 그래서 최소한 어머니가 또 다른 바나나 한 봉지를 더 사오셨을때 나는 내 입장을 명확하게 말씀드려야 했다.
지금다시 돌이켜보면, 어머니가 사오신 그 바나나 봉지를 보면서..한 편으론 '아니 이럴수가..'하고 놀랐지만(혹은 놀라는 척했지만),다른 한편으로는 잘 익어 달콤한 바나나의 맛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군침을 흘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속으로 은근히 기뻐하지않았었나하는 의문이 든다.
이에 나는 그런게 아니라고 단언할 수가 없다.
아마도 나는 정말 나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인간인지라' 약간의 유혹에 스스로가 지키고픈 신념을 조금은 벗어날 때도 있지만,그런 것도 한 번이면 족하고, 또 내 의지대로 욕구를 제어할 수도 있는, 여전히 '상당히 생태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끝까지면죄부를 쥐어 주고 내가 만들어 놓은, 혹은 내가 원하는 그럴 듯한 모습으로 내 자신을 포장해 왔던 것은아닐까.

이런 일이 생기고 보니 처음부터 슈퍼마켓에서 좀 더 싸다고 덜컥 상품을 골라 집기 보다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아니면 스스로에게 다른 대안을 제안해 볼 순 없었을까 반성을 하게 되었다. 바나나를 정말 먹고 싶었다면 조금 맛이 다르지만, 그리고 또 조금 더 비쌀지도 모르지만 공정무역 가게(Weltladen)에서 파는 말린 유기농 공정무역 바나나나 칩 같은 것을 대신 사 먹는 것은 어때?' 라고.



생 바나나 vs. 건조 바나나

보통 건조 바나나는 대부분의 생산과정을 제 3세계에서 마친 후 교역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제 3세계 현지 노동자들의 자립을 돕고, 따라서 그들이 최대한 많은 이윤을 얻는 것이 공정무역의 큰 목표 중 하나이니, 이런 과정은 당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생 바나나만 수출하는 것 보다, 가공, 포장까지 그들 스스로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일자리와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건조 바나나가 생 바나나보다 조금 더 생태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생 바나나 보다 말린 바나나칩이가공과 포장의 측면에서 에너지가 더 들겠지만, 반면 그 무게와 부피 때문에 유통과 저장에 드는 에너지는 생 바나나가 현저히 높기 때문이다.

gSbHQjCgkfczV2HMeS1nLULIrRp      (ab)
rnwHAnjxKG+7fCUJ1xrglQ==              (bk)
nGCDxNA4iCqBeSL1+kDyi1w+A9gp/QTK8HcBDBYwQc0=        (m)
nGCDxNA4iCqBeSL1-kDyi1w-A9gp_QTK8HcBDBYwQc0, (m)

Creative Commons License
Creative Commons License

부사, 홍옥, 아오리 사과.
가만 떠올려 보니, 한국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먹어봤던 사과의 종류가 고작 세 네가지 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전세계에는 2천여종의 사과가 존재한다는데, 시장에는 상품성, 수익성 등의 이유를 들어 아주 제한된 가짓수의 사과들만 유통되고 있다. 독일의 시장에는 우리 나라 보다는 조금 더 많은 종류의 사과가 판매되고 있긴 하지만 역시나 제한적이긴 마찬가지다.
 
▲ 두 세 그루 함께 있는 길가의 사과나무. 2008 ⓒ 김미수

▲ 두 세 그루 함께 있는 길가의 사과나무. 2008 ⓒ 김미수

                
우리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 이곳 Gerbach에는 여기 저기(길가, 밭가 등등) 과일 나무, 특히 사과 나무가 많다. 비단 우리마을 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근의 다른 마을들도 둘러보면 다들 비슷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수확하는 사람이 없어 사과가 땅에 떨어져 썩어나고 있다.
예전에 살던 베를린 근처 도시 Eberswalde에서도 그랬고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얼마전에 통화한 지인의 말로는 그 분 동네도 마찬가지란다. 심지어 지인이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자기네 텃밭의 사과도 수확하지 않아 썩게 두거나, 가축의 먹이로 준다면서 너무 안타깝다고 한다.

▲ 수확하지 않아 바닥에 떨어져 썩어가고 있는 사과들. 2008 ⓒ 김미수

▲ 수확하지 않아 바닥에 떨어져 썩어가고 있는 사과들. 2008 ⓒ 김미수


몇 년 전엔가 청계천에 심은 사과 나무의 사과를 밤사이 누군가 몽땅 도확(盜攫)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때마침 그 해가 사과 값이 비쌌던지, 누군가는 나무에 달린 싱싱하고 값 나가는 사과가 탐이 났던 모양이었다. 그 기사를 떠올리고 지천에 떨어져 있는 사과를 보면서, '우리 나라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썩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을 해 보니 '사과 값이 우리나라처럼 비싸도 이곳 사람들이 사과를 이렇게 썩도록 내버려 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도 상대적으로 비싼 호두같은 것들은 기다릴 새도 없이 너나할 것 없이 다들 수확해 버리니 말이다.

▲ 나무 위에 탐스럽게 달린 사과들. 2008 ⓒ 김미수

▲ 탐스럽게 달린 사과들. 2008 ⓒ 김미수

안타깝게도 싸고 흔한 것들은 그것이 가진 본래의 가치에 대한 대우를 제대로 못받는 경우가 많다. 이 곳의 사과처럼 말이다.
사과는 비타민, 섬유소가 풍부하고, 보관도 용이해 두고 두고 특히 겨우내 저장해 놓고 먹을 수있는 사랑스런 과일이다. 영어 속담에 하루 한알 사과를 먹는 이에게는 의사가 필요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독일의 농부들은 소농이라고 해도 대부분 최소 십 헥타르에서 많게는 몇 백, 몇 천 헥타르나 되는 농지를 경작하기 때문에-말하자면 대량생산- 사과 뿐만 아닌, 다른 농산물 가격도 싼 편이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은 허리를 숙여 봉지에, 바구니에 사과를 주워 담는 번거로움과 수고스러움을 치르는 대신, 자동차를 타고 마트에가서 진열대에 놓인 사과 한 팩을 골라 장 바구니(쇼핑카트)에 담아 넣는 것을 더 선호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이 사과를 언제까지나 썩게 둘지 두고 볼 문제이다. 오일 파동 등으로 비료, 농기구용 연료비 등의 가격이 계속 치솟는다면, 당연히 농산물 전반의 가격도 치솟될 날이 올 것이다. 아니 이미 이런 현상은 시작되었고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 끝이 어디인지, 언제가 될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언젠가 때가 되면 이곳 사람들도 사방 천지인 사과 나무에 감사하고 또 수확하게 되지 않을까.
그때까지 당분간 이곳 사과는 우리 가족 독차지가 될 것 같다. 우리 식구 먹기에는 그 양이 너무 많아 수확한 것보다 떨어진 채 그대로 둔 사과들이 훨씬 많긴 하지만.

 ▲ 비슷한 듯하면서도 모양도 빛깔도 다들 조금씩 다 다른 사과들. 2008 ⓒ 김미수

▲ 비슷한 듯하면서도 모양도 빛깔도 다들 조금씩 다 다른 사과들. 2008 ⓒ 김미수


Creative Commons License
Creative Commons License

우리는 지금 웰빙이 하나의 트렌드(유행)이며 소비의 한 코드로 인식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된다.(아마도 여전히 기아와 질병에 허덕이고 있는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몇몇 국가들을 제외한)
독일 또한 다른 국가들과 다르지 않다.
그덕에 특별히 유기농 전문 가게를 찾지 않아도 요즘엔 어느 슈퍼마켓(알디, 에디카 등- 우리나라로 치면 이마트 같은)을 가더라도 유기농 상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감자, 당근 같은 채소류부터 시작해서, 국수, 과자, 음료수, 그리고 열대과일들까지 다양하게 구색맞춰 진열대에 놓여져 있다.

그런데 기막힌 점은 계절은 여름이 막바지에 이르러 진열대에 다른 일반(conventional) 농산물은 이미 독일 자국산으로 꽉 차 있는데, 유독 유기농 농산물은 독일산 대신 스페인이나 이스라엘 등 먼 거리에서 운송되어 온 외국산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몇몇 채소들은 이웃나라인 네델란드 산이라도 있는게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이다.
 
이런 나를 두고, 유기농이면 유기농이지 뭘 그렇게 까다롭게 구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다면.
대답해 주고 싶다. 유기농이라고 다같은 유기농이 아니라고.


왜 유기농이라고 다같은 유기농이 아닌가?

1. 맛있고 건강한 유기농?

비행기 타고 온 스페인산 유기농 토마토

2008 © MiSooDESIGN, Kim MiSoo '맛있고 건강한 유기농'이란 말에 물음표를 달게 하는 외국산 유기농 농산물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생각해 몸에 해로운 농약을 치지 않고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식품을 사 먹는다. 그런데, 먼거리를 운송해야 하는 외국산 유기농 농산물일 경우, 장기간 보존을 위한 여타의 화학제품을 쓰지 않는 대신, 장거리 운송을 위해 채 익기도 전에 수확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유기농 상품이라해도 생산지와 그 운송거리에 따라 그 영양과 맛에서 차이가 나게 된다.
이곳 사람들이 자주 먹는 토마토를 예를 들어보자.
항산화 작용을 하는 붉은 토마토의 리코펜 성분은 덜 익은 파란 토마토를 수확해서 익힌 것보다 완전히 붉게 익은 뒤 수확한 것에 더 풍부하다.(http://www.solgeori.net/menu2/main.asp?menu=4&part=11)
그리고 또 이는 토마토의 맛에 직결된다. 많은 슈퍼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는 스페인산 유기농 토마토와, 이웃국가 네델란드산 토마토, 그리고 시장에서 유기농 농부에게서 산 토마토를 비교해 가며 먹어보면, 먼거리에서 수입해 온 토마토일 수록 그 맛과 향미가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2. 사람은 살리고 땅은 살리지 못하는 유기농?
다음으로 사람을 살리고 땅을 살리는게 진정한 유기농의 정신이다.
그런데 원산지에 상관없이 무작정 유기농이라고 사먹으려 든다면 당장 내 몸-사람의 몸은 살릴 수 있지만 우리가 사는 이 땅은 살리지 못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또한 사람을 죽이는 일이 되는데, 땅이 오염되고 죽게되면 그 땅에 사는 사람들 역시 온갖 질병으로 고생하거나 결국엔 죽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토불이

2008 © MiSooDESIGN, Kim MiSoo 땅이 오염되고 죽게되면 그 땅에 사는 사람들 역시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에서 미국산 100%콩으로 만든 두부가 판을 치던 때, 우리농 콩으로 만든 두부를 판매하던 풀**사에서 몇 년 전 유기농 두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오랫동안 값싼 미국산에 밀려 국내에선 풀**사를 제외하곤 국내산 콩을 사용한 두부를 파는 곳이 별로 없었다. 생협 등에서 국내산 유기농 콩으로 만든 두부를 판매하는 곳도 있었는데, 그 공급이 그리 많지 않았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마트에까지 납품되는 유기농 두부라니. 아니나 다를까 잘 살펴보니 원재료가 중국산 콩 100%였다.
당시에 좀더 싼 가격에 유기농 두부를 먹게 되었다고 좋아하던 이들이 있었을런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때문에 우리 땅을 생각하고 우리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렵게 시작한 유기농 콩농사가 값싼 중국산 유기농콩에 밀려, 사라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중국에선 어떠한 기준으로 유기농 상품의 적합여부를 심사하는지, 그 또한 과연 한국 국내 기준에 부합할 만한 수준일까? 혹 국내 기준에 부합한다 한들, 지렁이가 돌아오고 온갖 미생물이 살아 숨쉬기 시작하던 국내의 유기농 콩밭이 가격 경쟁에 밀려 사라진다면, 우리는 이미 만연하고 있는 아토피같은 증상이나, 또 다른 원인 모를 피부병, 알러지 증세 등에서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 한 몸 좀 더 싼 가격에 건강히 살 수 있으리라 기뻐하던 것은 말그대로 하룻밤의 꿈에 불과하게 될런지도 모른다.

신토불이라고도 하듯이 우리 몸과 우리가 사는 이 땅은 깊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 땅이 다시 살아나게 될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면, 그로인한 부작용과 오염의 댓가를 내 몸이  받게 될 것이다.
 

3. 수출국 땅과 사람들을 살리고 배 부르게 하는 유기농?
유기농이 우리는 못살려도 농산물을 수출하는 그 나라 땅과 사람들을 배부르게하고 살린다고?
그렇다면 그 나라 사람들은 먹고 살기 풍족하고 땅이 남아돌아서 수출용 유기농 농산물을 재배할까?

힘들게 일하는 제3세계 빈민국 어린이

2008 © MiSooDESIGN, Kim MiSoo 부당한 임금과 노동 착취속에서 생산되고 있는지도 모를 유기농


커피나 사탕수수 재배(plantation) 때와 마찬가지로 그 땅의 농민들은 부유한 국가의 소비자들을 위해 이름만 다를 뿐인 또 다른 유기농 플랜테이션(plantation)에서 일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번 돈으로 자신과 가족이 일용할 양식을 사기 위해서 말이다. 혹은 손에 연필 대신 농기구를 든 어린이들이 유기농 밭에서 작물들을 가꾸고 수확하는 지도 모른다.
이런경우, 유기농 작물을 수출하는 회사는 수출을 통해 적지 않은 돈을 벌어들이겠지만, 그곳에 고용된 일꾼들은 일반 커피 플랜테이션에서 일하건, 유기농 밭에서 일하건 별반 상관없이 많지 않은 임금에 힘들게 일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를 두고, 과연 유기농이 그 땅의 사람들을 살리고 배부르게 한다고 말을 할수 있을까?


우리가 추구해야할 진정한 유기농이란

같은 농산물이라면 외국산이 아닌 국내산을, 다른 지역산물 보다 내 지역에서 나는 유기농산물을 구입하도록한다.  또 가능하면 마트나 유기농 전문점 보다 생협이나, 직거래 장터, 아니면 인터넷등에서 유기농사를 짓는 농부의 연락처를 찾아내 이웃들과 함께 직구입을 하도록 한다. 직구입의 경우 물론 중간 유통이 없어지니, 농부나 소비자 모두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간다. 그리고 생협 같은 경우도 중간상인의 유통마진을 줄여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그리고 국내에서 생산이 불가능한 열대과일이나 커피 등의 상품의 경우 너무 자주 구입하는 것을 피하고, 구입시엔 가능한한 공정거래(Fair-trade) 제품을 구입하도록 한다.

탐심을 조금 줄이고, 제철음식 먹기를 생활화하면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장을 보기가 훨씬 수월해 진다.


공정무역(Fair-trade) 제품이란                                                                                                       
말 그대로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수입한 제품을 말한다.
반대급부로 말하자면 쵸콜렛, 커피 등 기호식품에서 부터 세계 유명 스포츠용품회사의 축구화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구매하는 제품들 중 상당수가 기업의 이윤논리에 의해, 생산비를 줄이기위해 불공정하게 만들어진 것들이다. 즉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만들어졌거나, 학교에 가 공부할 나이의 어린 아이들에 의해 만들어졌거나 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무역을 하는 단체나 회사들은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이 아닌, 가능한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이익의 일부를 노동환경 개선과 교육 등에 투자하여 지역 생산자들의 자립을 돕는다.

참고 기사
공정무역(경기 여성웹진 우리)
공정무역은 아직도 배고프다(한겨레21)


잠깐 여기서 (Thinkingpoint!)

사실 그 노동의 댓가를 생각해 본다면 농산물 생산에 가장 지대한 공헌을 하고, 또 힘든 노동을 한 농부가 이익의 많은 부분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현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이익을 유통업체나 판매 상인이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이곳 독일 브란덴부르크 주 에버스발데에서 작년가을 판매된 감자의 경우를 보자. 유기농 농부에게서 직거래로 샀을때의 가격보다(물론 한 자루(12,5kg)이상 되는 많은 양을 한 번에 사야한다.) 유기농 가게에서 판매하는 가격(같은 농부에게서 산 똑같은 감자를 판매했음에도 불구하고)이 킬로당 3-4배이상이나 비쌌다. 물론 이런 가게의 경우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소량구매나, 접근 거리상의 편리함 등의 장점이, 농부의 입장에서는 정기적으로 대량 판매가능한 활로 확보와, 개개인의 고객확보를 위한 여타의 노력이 불필요한 점 등의 잇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들이 농부가 치루는 모든 노동과 위험부담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큼, 혹은 거기에 견줘 볼 수 있을만한 대단한 것일까?
농부가 얻게 되는 이익의 몇배나 되는 이익을 챙겨도 좋을만큼? 



Creative Commons License
Creative Commons License

국경에서 먹는 아침식사

Posted 2008/07/26 23:10
유전자 조작 식품이 없는 아침을!

맑고 화창한 일요일(20일) 아침, 폴란드 쪽 국경 근처 독일의 한 작은 마을 쫄부뤼케(Zollbrücke)에서는 '국경에서 먹는 아침식사,-유전자 조작 식품이 없는 아침(Frühstück am Rand-Gentechnikfrei)'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행사 개최지는 몇몇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예술, 문화와 중심지 '씨어터 암 란트(Theater am Rand)의 야외 극장이었다. 이 행사는 유전자 조작 식품에 반대하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몇몇 활동가들과 '씨어터 암 란트'의 예술가들이 함께 뜻을 모아 이루어졌다.

32개에 달하는 유기농 식품 회사 · 식품점 · 빵집 등에서 '국경에서 먹는 아침식사,-유전자 조작 식품이 없는 아침'을 위해 빵, 야채, 과일, 쨈, 쥬스 등을 기부했다.


▲ 유전자 조작이 없는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씨어터 암 란트(Theater am Rand)의 야외 극장에 모여든 사람들. 2006 ⓒ 김미수 & Daniel Fischer

이날 3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유전자 조작 식품이 없는 아침을 먹기 위해 '씨어터 암 란트'를 찾았다.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 아코디언의 3중주가 라이브로 펼쳐지는 가운데, 사람들은 신선하고, 유전자 조작되지 않은 깨끗한 음식들을 맘껏 즐겼다.

오후에는 유전자 조작식품과 먹거리에 관한 주제로 교수직 은퇴 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지그마 그뢰네펠트(Sigmar Groeneveld)의 강연과 어린이들을 위한 인형극, 콘서트가 이어졌고, 관련 주제의 영화가 상영되었다.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 주에 있는 유전자 조작 농작물 밭을 표시해 놓은 지도를 유심히 보고 있는 참가자들 2006 ⓒ 김미수 & Daniel Fischer
한 참가자는 정작 행사의 주제에는 별 관심없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잘 차려진 음식만 먹고 간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행사 기획자 중의 한 명인 마틴 베버(Martin Weber)는 이 행사의 기획 의도 중 하나가 바로 식사와 더불어 열리는 여러 문화 행사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유전자 조작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데에 있다며, 이를 통해 우리 먹거리에 관해 잠시나마 생각해 보는 계기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는 말을 하였다.

마틴 베버의 말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야외극장에서 상쾌한 바람을 느끼고 음악을 즐기며 맛난 아침식사를 할 요량으로 온 사람이라 할지라도 식사를 기다리며 혹은 식사 후 잠깐 여기저기 걸려있는 유전자 조작에 관한 게시물들을 스치듯이라도 훑어 보았을 것이다.

이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서는 전과 다름없이 생활을 하다가도 텔레비젼이나 신문에서 유전자 조작에 관한 뉴스를 보게 된다면 아마 예전보다는 조금 더 관심어린 눈으로 뉴스를 지켜보기도 할 것이고, 그 중에는 장 보러 가서도 식품의 원산지나 유전자 조작 식품 함유 여부를 따져보기 시작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란 바로 그 사람이 먹는 것이다'

▲ '씨어터 암 란트' 진입로에 걸린 포스터. “유전자 조작, 먹을까?“,“사양합니다“라고 적혀있다.
2006 ⓒ 김미수 & Daniel Fischer


독일에는 '사람이란 바로 그 사람이 먹는 것이다(Der Mensch ist, was er isst)' 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마시는 음료는 물질적으로 우리의 몸을 만들고, 또한 우리의 생각, 행동 그리고 우리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우리가 매일 하는 '먹는 행위'-무엇을 먹을까 생각하고 결정해 돈을 지불하는 일체의 행위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우리가 무심코 사먹는 햄버거 한 개 때문에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의 열대 우림이 파괴되고, 대부분 동물의 사료로 쓰여질 유전자 조작 옥수수나 대두를 재배한다는 명목 하에 생계유지를 위해 농작물을 기르던 제 3세계의 가난한 농부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게 될지도 모른다.

별 고민 없이 1kg에 1000원도 안되는 수입산 밀가루(듬뿍 뿌려진 첨가제 덕에 봉지 입구를 열어 몇 달을 두어도 벌레가 생기지 않는)를 사먹는 동안, 한동안은 대한민국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던 우리밀 종자를 찾아내 우리밀을 재배, 생산하고 있는 우리밀 농가들은 다시 한번 어려움을 겪게 될런지도 모른다.


의식있는 '먹는 행위'

요즘 세상에 집에서 매일 밥을 차려먹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더군다나 도시락을 손수 챙길 수 있는 사람은 더 적을 것이다. 유기농 식당은 서울에서도 그 수를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몇 개 되지 않고, 따라서 바쁜 우리들이 끼니 때마다 이런 식당을 찾는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주말 식사를 위해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든 가끔 장을 볼 때라도 '사람이란 바로 그 사람이 먹는 것이다'라는 말을 기억해 보며 유전자 조작이 되지 않은 식품, 우리 농산물 또는 유기농 먹거리를 고른다면 우리 자신과 우리 다음세대를 위한 안전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억하자. 우리의 '의식있는 먹는 행위'가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햄버거와 아마존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의 열대우림은 육우 사육을 위한 목초지 조성을 위해, 혹은 대부분 사료용으로 쓰여질 곡식 재배를 위해 벌목되고 불태워져, 이미 많은 면적이 사라졌다.

이곳에서 사육된 많은 소들은 햄버거 빵 사이에 끼워지는 패티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사용된다. 아마존에서 사육된 소들이 국내 햄버거 패티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 시대에 사육되는 많은 소들이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곡식 사료를 받아먹고 자라며, 전 세계 곡류의 30% 이상이 사료용으로 재배되고 있는 사실을 생각할 때, 육우 사육으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문제와 우리가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참고 자료 : [2020 미래로] 리프킨-김명자 환경장관 이메일 대담
(http://www.chosun.com/w21data/html/news/200207/200207300249.html)
/ 김미수


덧붙이는 글 | 2006년 8월 ohmynews에 송고한 글입니다.

Creative Commons License
Creative Commons License
-유전자 조작 농작물, 그 유해성을 알고 있나


▲ 유전자 조작 옥수수 밭에 반대하는 가두시위  2006 ⓒ 김미수 & Daniel Fischer

지난 7월 마지막 주 주말, 독일 브란덴부르크주에 있는 작은 마을 바딩엔(Badingen)에서는 유전자 조작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긴드렉 벡(Gendreck-Weg, 유전자 조작 쓰레기는 사라져라!)'이라는 단체에서 주관한 행사인데, 올해로 두 돌을 맞았다.




유전자 조작 옥수수

Bt 옥수수란?



이 곳 Badingen에 심은 옥수수는 유전자 조작 옥수수 중 Bt 옥수수이다. Bt란 독성을 내뿜는 'Bacillus thuringiensis'균의 약자로, Bt 옥수수는 별도의 농약 사용 없이 옥수수 스스로 해충을 죽일 목적으로 개발된 종자이다.

하지만 해충뿐만 아니라, 바람에 날린 옥수수 화분에 오염된 근처 다른 풀에서 서식하던 나비, 나방, 애벌레들까지 죽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Losey et al.1999)


이 단체는 해마다 유전자 조작 농작물을 심은 밭을 찾아 근처에서 캠핑을 하며 워크숍, 토론회를 연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일요일, 교회에서 유전자 조작 농작물에 반대하는 주제의 예배를 드리고 난 후 밭까지 가두시위를 한다. 그 다음 일정의 마지막이자 행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옥수수 밭에서 춤을(Tanz in den Mais!)'이라는 행사를 여는데,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우리의 건강마저 위협하는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베어내는 것이다.

작년에는 소수의 참가자들만이 밭에 접근해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베어낼 수 있었다. 밭 근처에 가기도 어려울 정도로 경찰이 경찰차, 입에서 보호대를 제거한 경찰견, 심지어는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고 통제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20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1000㎡ 크기의 옥수수 밭을 '청소'했고 그 중 80여 명이 연행됐다. 유전자 조작 옥수수의 독성 때문이었을까. 옥수수를 베러 밭에 들어갔던 이들 중 몇몇은 밭에서 나온 후 알레르기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 길을 막아선 경찰차들을 배경으로 연주를 하고 있는 클래식 음악 그룹 Lebenslaute
2006 ⓒ 김미수 & Daniel Fische

정말 밭을 깡그리 없앨 목적이라면 몰래 밤에 밭을 찾아 다 베어 버리는 게 쉽겠지만, 이 집회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중에게 유전자 조작의 위험성, 유해성 등을 널리 알리고 이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있다.

일부에서는 긴드렉 벡과 참가자들을 싸잡아 '파괴자', 심지어는 '범죄자'라고까지 하며 비난하고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한다. 하지만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함께 온 아이부터 학생들, 타악기와 클래식 음악 연주 그룹, 양봉업자, 농부, 고령의 할아버지까지, 남녀노소, 직업에 관계없이 '우리 지구의 미래를 염려하는 마음' 하나로 모인 참가자들뿐이다.


유전자 조작 농작물의 폐해

브란덴부르크주는 독일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유기농 밭이 있다. 그리고 많은 농부들이 자신들의 지역을 'Gentechnik frei Land'(유전자 조작 금지 지역)로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은 또한 독일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유전자 조작 농작물 밭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일반 농작물과 유전자 조작 농작물의 공존이란 양과 늑대를 한 곳에 모아 두고 공존 가능성을 지켜보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양봉업자 미햐엘 그롤름.
2006 ⓒ 김미수 & Daniel Fischer

유전자 조작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유전자 조작 농작물은 건강에 무해하며 일반 농작물과 공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연환경에도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올해로 두해째 긴드렉 벡 패널로 참석하고, 행사 진행을 맡고 있기도 한 양봉업자 미햐엘 그롤름(Michael Grolm)은 "일반 농작물과 유전자 조작 농작물의 공존을 운운하는 것은 양과 늑대를 한 곳에 모아 두고 공존이 가능한가를 지켜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벌들은 최대 10km까지 날아가 이 꽃에서 저 꽃으로 화분을 나르고 이를 통해 유전자 조작 농작물의 화분이 일반 농작물에 닿아 결국 모두 유전자 조작 농작물이 되고 만다. 벌뿐만 아닌 바람도 이런 현상을 확산시킨다.

이미 수년간 유전자 조작 유채를 심어 온 캐나다를 보면, 밭에 한 번 유전자 조작 유채를 심으면 선택의 여지 없이 주위의 모든 유채가 유전자 조작 유채가 된다. 그래서 지금 캐나다에는 더 이상 유전자 조작이 아닌 일반 유채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전자 조작 농작물을 심을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외치는 유전자 조작 농부들 덕에 오히려 유채를 심던 캐나다의 일반 농부들, 유기농 농부들의 선택의 자유는 모조리 박탈 당했다. 이미 이러한 참상을 경험한 한 캐나다 농부는 독일은 자국을 상대로 또 다른 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고 충고한다.


긴드렉 벡, 그 후


▲ 밭에서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베어내고 있는 참가자들  2006 ⓒ Jörg Müller

신경써서 유기농 농산물을 사먹지 않는 한, 우리는 도처에 있는 유전자 조작 식품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일반 소고기와 유제품은 거의 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사료로 해 키운 소에서 나온 것이다. 가공된 식품의 경우 독일에서는 가공 후 남아있는 유전자 조작 물질이 0.9% 이하면, 우리 나라는 3% 이하이면 '유전자 조작 식품'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미처 신경쓰지 못하는 사이에 벌써 우리는 대대적인 실험용 쥐가 되어가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아직은 상업적인 용도의 유전자 조작 농작물을 키우는 밭과 농부가 없지만, 독일에서는 다국적 종자회사들의 지원에 힘입어 이들의 세력이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게 여기 저기서 일어나는, 긴드렉 벡과 같은 유전자 조작 반대 운동과 참가자들 덕에 그나마 아직은 선택의 여지가 있고, 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다.


▲ 긴드렉 벡(Gendreck-Weg)의 로고
ⓒ Gendreck-Weg

하지만 직접 시위에 동참하는 것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슈퍼에서, 마트에서 물건을 살때 유전자 조작 식품의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고, 수입산이 아닌 국산을 이용하거나 유기농 농산물을 이용하는 것 역시 유전자 조작에 반대하는, 그래서 세상을 변화시킬수 있는 기본적이고도 커다란 힘이 된다.

"Wenn Unrecht zu Recht wird, dann wird Widerstand zur Pflicht(불의가 정의가 된다면, 우리는 이에 저항할 의무가 있다)"

어느 시위 참가자의 손에 들린 피켓에 적혀 있던 글이다.
 
덧붙이는 글 | Gendreck-Weg 홈페이지: http://www.gendreck-weg.de

2006년 8월 ohmynews에 송고한 글입니다.

Creative Commons License
Creative Commons Lic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