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은 아주 쪼금만

Posted 2017.01.29 22:51

[독일댁의 생태적인 삶]

-칫솔질 잘하고 허브 활용하고(글 전문 보기)


독일치과협회에 따르면 2009년 기준 독일인 1명당 연간 5.4개의 치약을 쓴다[각주:1]고 한다. 우리 부부가 함께 5~7개쯤 소비하는 것과 상당히 비교된다. 평균 소비량도 많다 싶은데 권장량은 7개나 된다. 도대체 치약을 얼마나 많이 써야 1년에 치약 7개를 갈아 치울 수 있을까? 이를 보면 독일치과협회는 치약을 듬뿍 짜 쓰라고 권장하는 게 틀림없다.


글 _ 사진 김미수


▲ 앞의 칫솔은 직접 만든 허브 가루 치약을 뿌린 것, 뒤는 성분은 좋지만 알루미늄 튜브에 담겨 있어 마음에 들지 않는 자연주의 치약을 짜 놓은 것이다. 어떤 경우든 치약은 되도록 적게 쓴다. ⓒ 김미수


유기농 치약에도 불소가 들어 있다고?
독일에서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치약을 보면 계면활성제와 방부제 및 유화제는 물론이고 불소나 아연 등 각종 화학물질 집합체로 생산되는 게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충치를 예방한다는 불소의 경우, 독일 소비자 건강 보호 및 동물용 의약품 연방 연구소(BgVV)의 2002년 자료[각주:2]와 연방위해평가연구원(BfR)의 2005년 자료[각주:3]에 따르면 10년 이상 동안 10~25㎎/일 이상으로 많이 섭취하면 골절 발생률이 높아지고 골격 변형을 불러올 수 있다. 또 여러 달 동안 300~600㎎/일 이상으로 아주 많이 섭취하면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수년간 염색체 이상, 암 및 기타 질병과 관련이 있다는 논란이 있어 왔다. 그러나 치약 대부분에 불소가 들어 있고, 1991년 이후에는 식용소금 첨가물로 허용됐을 정도로 불소에 대한 경각심이 낮다.

항균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치약에 첨가되는 아연도, BfR의 2015년 자료[각주:4]에 보면 장기간 과다 섭취 시 빈혈과 면역력 약화 등의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심지어 체내에 쌓이면 치매 발생과 연관이 있다는 알루미늄이 불소 화합물 등의 형태로 치약에 들어 있기도 하다. 몇 해 전 유해성 때문에 알루미늄이 든 체취 제거제(디오더런트)가 논란 끝에 시장에서 퇴출되다시피 한 걸 생각하면 치약 속 알루미늄은 어떻게 용인되는지 의문이다.


우리 부부가 완전 채식을 시작한 2001년 당시엔 독일에서도 100% 생분해되면서 동물성 물질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치약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2008년쯤부터 유기농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친환경 치약의 종류와 생산 판매처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유기농 순 식물성 치약이면 당연히 불소도 안 들어 있던 예전과는 양상이 사뭇 달라졌다. 요즘 나오는 유기농 치약 중에는 불소 외에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이산화티타늄 같은 화합물이 함유된 것도 여럿 있다. 그나마 어린이치약이 안전성을 이유로 불소가 극소량만 들어 있거나 아예 없기 때문에 낫지만, 아이들에게 맞춘 강한 향과 다디단 맛이 내 입맛에는 영 맞지 않다.


▲ 유기농 가게에 진열된 다양한 종류의 치약. 친환경 치약의 종류와 생산 판매처는 다양해졌지만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화합물이 함유된 것도 여럿 있다. ⓒ 김미수


칫솔과 허브로 지키는 구강 건강

생태적이고 인체에 무해한 ‘이상적인 치약’을 찾아 헤매면서 얻은 깨달음은 치약을 아주 적은 양만 쓰거나 치약 없이 치아 안팎을 위아래로 꼼꼼히 잘 닦기만 해도 구강 건강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것. 습관적으로 치약을 듬뿍 짜 후다닥 거품을 많이 내어 양치를 마치는 것보다 시간을 들여 꼼꼼히 칫솔질하고 난 뒤에야 진짜 이가 깨끗해진다. 단지 나만의 생활철학이 아니라 실제로 독일의 몇몇 치과의사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보인다. 치과 라이프치히 홈페이지에 는 “구강 건강 유지에 결정적인 요소는 치약이 아닌 칫솔”[각주:5]이라고 되어 있고, 보훔 시의 자연요법 치과의사 브로크하우젠은 “일반 치약은 해로운 균뿐만 아니라 이로운 균까지 깡그리 없애 구강 생태계의 조화를 깨뜨리기 때문에 쓰지 않는 것이 좋다”[각주:6]는 의견을 밝혔다.


나는 잠들기 전에는 그나마 치약을 써서 이를 닦지만, 그 외에는 치약을 아예 안 쓰거나 아주아주 적게 쓴다. 남편은 치약을 양치질 중에 칫솔에 조금씩 두세 번 나눠 묻혀 사용하는데, 이렇게 하면 치약이 낭비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치약을 묻혀 이를 닦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귀찮아서 잘 하지 않지만.


또 우리 부부는 식후 즉각 양치하기 힘든 상황에 입가심으로 씹으려고 민트나 세이지 같은 허브 잎을 작은 용기에 넣어 다니곤 한다. 2011년 발표된 <리뷰: 치과 의학 속 허브테라피[각주:7]>에 따르면 민트는 치통 및 잇몸 염증을 완화하고 세이지는 살균 작용과 잇몸 출혈 및 구강 궤양 치유는 물론 뜨거운 차로 마시면 치과 치료 전 불안한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예로부터 치약에 빠짐없이 들어가는 민트 추출물이 단순히 입안을 개운하게 하는 청량감을 높이는 것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런 허브를 이용해 가루 치약을 만들어 쓰거나 생허브를 두세 잎씩 씹어 먹어 버릇하면 구강 건강을 지키고 구취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허브는 허브차용으로 파는 걸 사거나 화분에 직접 길러서 써도 좋다. 세이지는 약간 고온 건조한 환경을, 민트는 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데 모두 다년생으로 햇빛을 잘 쏘이고 물만 마르지 않게 주면 알아서 잘 자라 기르기도 쉽다.


치약도 칫솔도 필요 없는 생태적인 구강 청결법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칫솔 나무’가 있다. 2012년 발표된 논문 <미스왁: 치주 전문의의 관점에서[각주:8]>에 따르면 인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많이 사용해 온 미스왁 나무는 치석 제거와 법랑질 보호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오렌지·라임·님 나무 등을 사용하는데, 나뭇가지를 잘근잘근 씹는 것만으로도 양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나는 불소 없는 순 식물성 생태 치약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 지 15년이 넘은 아직까지도 마치지 못했다. ‘이쯤에서 그만 관둬야 하나’ 싶기도 하다. 사실 구강 건강은 치약이 아닌 칫솔질과 섭생 조절 같은 자기 관리에 달려 있는데도, 미봉책으로나마 흡족하지 않은 치약을 굳이 사 쓰면서 더 나은 치약 찾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듯도 하다. ‘꼭 치약을 써서 개운하고 싶어 하는 습관과 욕심을 버릴 때가 된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이 깊어 가는 가을이다.



세상 간단한 천연 가루 치약 만들기

  재료   고운 진흙 가루 2큰술, 베이킹소다 2큰술, 허브(세이지, 페퍼민트, 로즈메리 등) 가루
1큰술, 향신료(회향, 정향 등) 가루 1큰술, 천일염 1큰술
* 이외 선택 재료: 자일리톨 가루 1큰술, 강황 가루나 숯가루 1큰술, 페퍼민트 아로마 오일 15~20방울
  방법   위의 모든 재료를 골고루 섞어 유리병에 담아 두고 조금씩 덜어 쓴다. 맛을 좋게 하려면 자일리톨 가루를, 구취 제거와 산뜻함을 원한다면 아로마 오일을 첨가하는 게 좋다. 다른 재료 없이 베이킹소다나 천일염을 허브 가루와 같은 양으로 섞어 써도 무방하다.


▲오른쪽은 베이킹소다에 우리 집 텃밭에서 난 허브 및 향신료 가루와 아로마 오일 등을 넣었고, 왼쪽은 여기에 숯가루를 더해 만든 천연가루치약들이다. ⓒ 김미수



↘ 김미수 님은 2005년 독일로 건너가 ‘조금씩 더 생태적으로 살아가기’에 중심을 두고 냉장고 없는 저에너지 부엌을 시작으로 실내 퇴비 화장실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또 먹을거리를 직접 가꾸는 등 좀 더 지속 가능하고, 좀 덜 의존적인 생태 순환의 삶을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my-ecolife.net에 이런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에서 만드는 월간지 <살림이야기> 54호 2016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2016년 첫호부터 '[독일댁의 생태적인 삶]'이란 꼭지에 독일에서 겪는 생태적인 삶과 독일내 생태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살림이야기 측에서 동의해 주신 덕분에 다음호가 발간되면서 이 글을 My-ecoLife에도 전문 공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살림이야기 홈페이지에 가시면 과월호의 다른 모든 내용도 보실 수 있습니다.

Link: [살림이야기]



 참고 자료 




  1. "Gesundheit: Jeder Deutsche verbraucht fünfeinhalb Tuben Zahnpasta", Berliner Morgenpost(2010.12.16), WissenNews [본문으로]
  2. Bundesinstitut für gesundheitlichen Verbraucherschutz und Veterinärmedizin(BgVV), "Verwendung fluoridierter Lebensmittel und die Auswirkung von Fluorid auf die Gesundheit" (2002) [본문으로]
  3. BfR, "Durchschnittlicher Fluoridgehalt in Trinkwasser ist in Deutschland niedrig"(2005.7.12) [본문으로]
  4. BfR, "Zinksalze in Mundwasser und Zahnpasta", Stellungnahme Nr. 011/2015 des BfR vom 6. Mai 2015(2015.5.6) [본문으로]
  5. Zahnarztpraxis Leipzig, "Ist Zähne putzen ohne Zahnpaste auf Dauer gesund?", zahnarztpraxisleipzig.com(검색일 2016.10.19) [본문으로]
  6. Wolf Brockhausen, "Zahnpasta und Zahnsalz", www.mensch-und-zahn.de(검색일 2016.10.19) [본문으로]
  7. Shivayogi Charantimath & Rakesh Oswal, "Herbal Therapy in Dentistry: A Review", Innovative Journal of Medical and Health Science 1: 1 (2011) 1 – 4 (2011) [본문으로]
  8. Parveen Dahiya et al., "Miswak: A periodontist's perspective", J Ayurveda Integr Med 3(4): 184–187 (201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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