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한 몸 깨끗한 게 뭐라고

Posted 2017.01.29 21:50
[독일댁의 생태적인 삶]

생태적 세제 쓰고 헹굼은 한 번만


독일에서는 일반적으로 세제를 푼 뜨거운 물에 식기를 넣어 씻고 난 뒤 깨끗한 물로 슬쩍 한 번 헹구고 마른행주로 닦는 방법으로 설거지를 한다. 바닥 청소도 비질하거나 청소기를 돌린 뒤 세제 푼 물에 담갔다 꾹 짜낸 걸레로 한 번 닦아 내면 끝일 정도로 간단해 물이 매우 적게 든다. 이러한 청소법이 무엇 때문인지 생각해 보는 한편, 생태적인 친환경 세제들을 소개한다.

 

글 _ 사진 김미수


▲ 단골 유기농 가게의 세제 코너. 환경 친화적이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다양한 종류의 유기농 세제가 진열되어 있다. ⓒ 김미수


마른행주로 닦아 마무리
설거지 한 번 하는 데 세제 푼 물 한 양푼과 그와 비슷한 만큼의 헹굼 물만 있으면 되어서, 2인 가구 설거지는 5L쯤 되는 양의 물만 있으면 충분하다. 독일인 친지들에게 식기를 여러 번 헹구지 않으면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세제기 때문에 찝찝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맹물로 한 번 헹구고 행주로 닦아 내는데 굳이 물을 낭비할 게 뭐냐”고 답할 정도로 이런 설거지법에 의문을 갖는 독일인은 거의 없다. 대단히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인 생각을 가진 선진국민이라서 그런 걸까?


예전에 한 한국인 지인이 “화학 분야가 발달한 독일은 먹어도 무해할 정도의 세제를 잘 만들어 내기 때문에 그렇게 설거지하는 게 아니냐?”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어쩌면 설거지법의 이면에는 세제 회사 광고의 영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도 한국과 다른 특성의 물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독일에서는 마지막에 행주로 물기를 닦아 내지 않고 그릇을 자연 건조시키면 허연 석회 자국 같은 게 남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정확히 말하면 ‘칼크’라고 하는 칼슘과 마그네슘 화합물 때문이다.


한국은 주로 강물에서 수돗물을 끌어오지만 독일 지자체들은 지하수에서 수돗물을 끌어온다. 지하수 자체가 한국에 비해 상당한 센물인 지역이 많기 때문에 수돗물도 대체로 센물이 많다. 미네랄 함량이 높은 물로는 아무리 여러 번 헹궈도 그대로 말리면 얼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세척 후에도 아주 깔끔하단 느낌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대충 헹궈도 행주로 닦아 마무리하면 깔끔해지니 굳이 물을 많이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세제 대신 나무 열매 쓴다고?
물을 절약하는 설거지법과 대비되게 독일에서는 각양각색의 세제가 참 많이 팔리고 있다. 실제로 독일 가정은 꽤 다양한 세제를 구비해 두고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 실상을 처음 접한 건 결혼 전 남편의 자취집에서였다. 모두 친환경 세제이긴 했지만 욕실용 세제만도 서너 가지 이상으로 욕조, 세면대, 변기, 바닥 청소용이 다 따로인 데다가 일반 다용도 세제까지 있었다. 욕실 청소는 빨랫비누 하나로 다 하던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대량으로 유통, 소비되고 있는 독일산 일반 세제는 한국산과 별 차이가 없다. 향과 색이 화려하고 강력한 세정력을 자랑하는 이들은 내 한 몸과 주변을 깨끗하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대로 물에 녹아들어 쉽게 정화되지 않는 오염물질을 남긴다. 반면 1980년대 환경과 평화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진 독일 사회의 진보적인 흐름에 발맞춰 생겨난 소다산[각주:1], 소네트 등과 같은 유기농 세제 회사는 100% 생분해되어 환경 부담이 적고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생태적인 세제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과정이 단순해 좀 더 생태적인 대안 세제로 ‘바쉬누스’라는 나무 열매가 있다. 울름대학교 체계적 식물학 및 생태학과의 <인도의 바쉬누스[각주:2]>(2011)와 오스트리아 환경상담 빈 지부의 <바쉬누스 - 나무에서 자라는 세제[각주:3]>(2012)에 따르면 인도 등지에서 자라는 이 열매 껍질에 집중 함유된 사포닌이 자연에서 나무를 스스로 보호하는 물질로 작용해 해충과 세균 피해가 거의 없다. 또 세정 효과가 있어 면·모·실크 등 여러 종류의 옷감 세탁에 두루 적합하며 몸을 씻고 머리를 감는 등 몸에도 사용할 수 있다. 열매 껍질 서너 개를 면주머니에 넣고 세탁기를 돌릴 때 함께 넣으면 두세 번 정도 쓸 수 있고, 찬물에 며칠 담가 놓거나 약한 불에 끓여 세제액을 추출해 사용할 수도 있다. 독일에서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 자생종 마로니에 열매도 껍질과 씨앗 모두 말려 가루 내어 세제처럼 쓸 수 있다.

 

▲ 왼쪽이 바쉬누스 나무 열매, 오른쪽이 독일 자생종 마로니에 열매. 특별한 가공 없이 말린 열매를 물에 녹이거나 가루로 만들어 세제로 쓴다. 특히 바쉬누스 열매는 나무가 자란 지 10년이 되는 해부터 90년 정도가 될 때까지 해마다 수확할 수 있다고. ⓒ 김미수

 

‘하얗게 하는 것’에 집착하지 말자
독일에서는 한두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행주나 걸레는 그리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독일 가정에서 자주 쓰는 손걸레나 행주는 빨리 마르는 가벼운 화학섬유로 만들어져 염가 판매되지만, 내구성이 좋아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우리 집에서는 재활용하기 애매한 해진 내의나 닳은 수건 등을 다양한 크기로 잘라 놓고 필요한 곳에 사용한다. 행주로는 촉감이 부드러운 침구류와 내의류가, 쉽게 더러워지는 부엌 바닥이나 묵은 때를 닦는 데에는 골이 파졌거나 짜임이 굵은 천이나 수건류가 적당하다.


또 생분해되는 유기농 순 식물성 세제만을 쓰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기농 순 비누 농축액을 사다가 물에 희석해 용도에 따라 에센스 오일을 첨가하여 손 세정에서 손빨래 및 바닥 청소에까지 다양하게 사용해 왔다. 대도시인 할레로 이사 와서는 다양한 유기농 바디 용품과 주방, 세탁 세제를 사서 써 볼 수 있었다.


대체로 유기농 주방 세제나 치약, 바디 용품은 세정력이 최상급이고 피부 자극도 거의 없지만, 안타깝게도 세탁 세제는 일반 세제에 세정력이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찌든 때용 비누에는 동물성 재료가 꼭 들어 있곤 해서, 그동안은 ‘완전히 하얗게 빨래하는 것’에 크게 집착하지 않았다. 내 입성 하나 깨끗이 하자고 굳이 환경에 더 부담을 주는 일반 세제나 동물 성분이 든 세제로 옷의 얼룩을 지울 필요가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지저분하게 보이고 싶진 않아 외출복은 때가 잘 타지 않는 진한 색상 계열로만 구입하곤 했다. 그러다가 우연치 않게 식기의 찌든 때를 제거하는 데 특정 식기세척기용 가루 세제가 탁월하단 걸 알아내고 이를 밝은색 면 빨래에 이용해 봤는데, 빨래가 반짝반짝 빛날 정도는 아니어도 이제껏 사용해 본 유기농 친환경 세제 중 세정 효과가 가장 좋았다. 부엌에서 오래 사용해 기름때가 찌든 앞치마의 얼룩이 거의 다 사라졌을 정도로.


우리 집의 생태적인 청소 생활은 다행히 세제 활용 범위를 넓힘으로써 ‘거의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생태적으로 살면서 남들이 하는 것처럼 다 이루고 살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가 지키고 싶은 삶의 철학이냐? 아니면 당장 해결하고 싶은 내 욕망이냐?’ 생활 곳곳에서 자주 혹은 때때로,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선택의 순간이 꼭 찾아온다. 그래서 누군가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였나!



↘ 김미수 님은 2005년 독일로 건너가 ‘조금씩 더 생태적으로 살아가기’에 중심을 두고 냉장고 없는 저에너지 부엌을 시작으로 실내 퇴비 화장실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또 먹을거리를 직접 가꾸는 등 좀 더 지속 가능하고, 좀 덜 의존적인 생태 순환의 삶을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my-ecolife.net에 이런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에서 만드는 월간지 <살림이야기> 53호 2016년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2016년 첫호부터 '[독일댁의 생태적인 삶]'이란 꼭지에 독일에서 겪는 생태적인 삶과 독일내 생태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살림이야기 측에서 동의해 주신 덕분에 다음호가 발간되면서 이 글을 My-ecoLife에도 전문 공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살림이야기 홈페이지에 가시면 과월호의 다른 모든 내용도 보실 수 있습니다.

Link: [살림이야기]



 참고 자료 



  1. 소다산, "Über uns", www.sodasan.com/ueber-uns.html(검색일 2016.9.20) [본문으로]
  2. Marina Mutzel, "Die indische Waschnuss", Nutzpflanzenseminar 2011, Institut für Systematische Botanik und Ökologie, Uni Ulm(2011) [본문으로]
  3. Andrea Husnik, "Die Waschnuss - Ein Waschmittel, das am Baum wächst!", "die umweltberatung" Wien(201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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