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my ecoKitchen의 첫글로 뭔가 근사한 친 환경적인 자연 요리를 써야할것 같아서 시작을 못하고 이리 저리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제 시도한 케익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간 것을 주제로 첫 포스팅을 하기로 했다. 나 자신과 이 글을 읽는 이들 모두에게 교훈이 되길 바라면서.


설탕, 그 사용의 경계선에서
채식을 한 이래로 한국에 있을때는 집에서 설탕을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세끼 해 먹는 밥과 반찬에 설탕을 쓸일이 없었고 떡볶이 등과 같이 간혹 단맛을 첨가해야 할 필요가 있는 요리에는 엄마가 고향집에서 보내주신 매실엑기스를 쓰거나 집 근처 작은 유기농 가게에서 산 유기농 쌀 조청을 사용했다. 어려서부터 엄격하게 설탕을 배제한 요리를 하셨던 엄마의 영향으로 적어도 집안에서는 설탕없이 요리하는 것이 문제될 것이 없었다.

뿌리칠 수 없던 달콤함의 유혹
문제는 독일에 온 이후에 발생했다.
점심식사와 저녁 식사 사이 오후 4시 정도 전후로 티타임을 갖기를 즐겨하는 독일인들. 그리고 명절 때, 특히 크리스마스 때, 우리가 설이나 한가위에 전을 지지듯, 케잌과 쿠키를 굽는 독일의 문화.
우리가 시댁을 방문할 때면 채식인인 나와 남편을 생각해 따로 100% Vegan케잌(달걀, 유제품을 배제한,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을 구워 내어놓으시는 시어머니의 정성을 마다하지 못하는 것과 스스로에게 엄격한 남편과 달리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내 혀의 나약함도 문제였다.
거기다가 아침마다 먹게되는 과일쨈 속에 든 엄청난 양의 설탕.
그나마 우리가 먹는 쨈은 집에서 어머니께서 만들어 보내주신 것이라 시판되는 것보다는 적은 양의 설탕이 들어있긴 했지만.
이곳의 음식에는 야채 피클에, 샐러드 소스에, 어느 때는 야채스프 등의 요리까지 소량이나마 설탕이 빠지지 않는 곳이 없다. 처음 몇 년간은 나도 모르게 그런 문화에 휩쓸려 그리 심각하게 의식을 하지 않고 살았다.
아니.. 흰 설탕이 아닌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되는 시커먼 유기농 천연 설탕이라면 좀 먹고 살아도 괜찮지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시커먼 설탕이라해도 카라멜을 첨가한 흑설탕이 아니다. 참고로 간혹 흑설탕이 정제되지 않은 천연 설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흑설탕은 카라멜 첨가를 통해 색과 향을 한번 더 입힌 것이다. 갈색 혹은 노랑 설탕이 원당 100%의 설탕이다. 그러나 이것도  정제된 것이라는 것을 독일 공정무역 회사Gepa의 유기농 설탕을 보고 나선 알게 되었다. 사실 이런 설탕을 먹어보면 그 맛이 정제된 설탕만큼 강하게 달지 않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서야 다시금 설탕의 무익함을 심각하게 고려하게 되었고 아직도 요리와 설탕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고 있다.

무모한 시도-설탕과 백밀가루 없이 구운 케익
그러던 차에 내 자신이 케익을 구워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인터넷 전용선이 없는 우리 사정을 아시고는 언제든 편할 때로 찾아와 인터넷을 사용하라는 친절을 베풀어 주신 유기농 가게의 아주머니께 작은 답례로 케익을 구워 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침 그분께선 Vegan케익이 어떤 맛인지.. 아니 달걀 없이도 케익이 구워지는지 궁금해 하시던 차였다.
그 전에도 어쩌다 아주 가끔 케익을 구워본 일이 있지만, 설탕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요즘에 그 고민의 주제와 극을 달리는 케익을 굽는다는게 조금 꺼림직하긴 했다. 실패 확률이 없는 예전의 레시피로 설탕이 든 평범한 케익을 굽느냐, 설탕을 한 숟가락도 쓰지 않는 아예 새로운 시도를 하느냐는 고민 끝에 새로운 시도를 해 보기로 했다.
사실 설탕 첨가냐 아니냐의 고민 전에 완전히 통밀만으로 케익을 굽는 것은 쉽지가 않다.(백밀만으로 굽거나 섞어 굽는 것과 달리 반죽이 잘 부풀지 않는다.) 예전에는 백밀을 최소한 삼분의 일 정도는 통밀가루와 섞어서 구웠었다.
그런데 요사이 내가 설탕과 백밀 등 건강에 해로운 재료들에 대해 극도의 결벽증세를 보이고 있던터라 '내 입에 넣기 싫은 것은 남의 입에도 들어가게 할 순 없다'는 모토에 따라, 반죽도 완전 통밀가루로만 하기로 했다.
가장 만들기 쉬운 이스트반죽 과일 케익을 만들었는데, 위에 소보루가 얹어진 것이다.

다음은 어머니께서 주신 오리지널 레시피.

소보루가 얹어진 이스트반죽 과일 케익

1.이스트 준비하기
-생이스트 절반(12.5g 정도)
-1/3컵 미지근한 물(200/3ml)
-2 차 숟가락 분량의 설탕
>>미지근한 물에 설탕을 넣고 생이스트를 넣어 녹인후, 컵 가득히 이스트가 부풀어 오를때까지 기다린다.

2. 반죽 준비
-400g 밀가루
-미지근한 물 한컵 조금 못되는 분량
-150g 정도의 식물성 Fat 혹은 마가린
-2 큰숟가락 설탕
-1봉지 바닐라 설탕(15-20g)
-레몬반개 분량의 즙, 혹은 1숟가락 레몬주스
-소금 한 소끔(두 손가락으로 살짝 집은 정도)
>>모든 재료를 섞는데, 미지근한 물, 마가린, 약간의 밀가루 순으로 그릇에 담고 휘저어 준다.
여기에 1에서 준비한 이스트, 설탕, 레몬, 나머지 밀가루를 다 넣고 섞는다.
이 반죽은 일반 케익과 달리, 빵 반죽 정도의 점도를 가져야한다. 너무 무르지 않게 되도록 주의할것.

3. 소보루 준비
-3/4컵 설탕
-160-170g 마가린
-1컵 밀가루
>>위의 재료를 모두 한데 넣고 손으로 살살 멍울지게 섞는다.

4. 굽기
반죽을 천을 덮어 따뜻한 곳에 놓고, 반죽이 2배이상 부풀면, 반죽, 과일(사과나 자두)을 얹고 소보루를 마지막으로 올린다.
섭씨 50도의 오븐에서 5-10분 정도 구워 반죽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린후, 200 도씨 정도에서 30-40분 정도 굽는다.

이스트에 설탕대신 설탕무시럽 한 숟가락을 넣고, 완전 통밀가루에 바닐라 설탕도 넣지 않았다.
소보루는 원래 설탕 : 밀가루 : 식물성 Fat-마가린 같은-을 비슷하게 섞어서 멍울지게 만들어야 하는데, 설탕을 아예 없이 하자니 그냥 밀가루만 넣기엔 좀 허전해, 거칠고 굵게 만들어진 귀리 가루를 섞었다. 약간은 달콤해 줘야하기에 서너 스픈의 시럽과 함께.

절대 선물할 수 없을 평범하지 않은 케익맛-조금은 덜 뻔뻔한 악마케익
시식을 위해 남편과 한 조각 잘라 맛을 보았는데.. 너무 평범하지 않은 맛이라.. 남편은 절대 선물용으로 사용하지 말 것을 권장했다..
헬렌 니어링은 언젠가 한 번 구운적이 있는 반페이지 짜리 케익의 맛이 너무 쾌락적이어서 '헬렌의 뻔뻔한 악마케이크'라 부르고 이웃들에게 선물로 줘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구운 것은 미각을 만족시킬 만큼 쾌락적이지도 못하고 그나마 조금은 덜 해로운 재료를 썼으니.. '조금은 덜 뻔뻔한 악마케익'이라고 해야하나.
남편은 시식을 위해 잠시 입에 댔을뿐 케익에는 손도 안대는 사람이라 나 혼자 처리를 해야할 것 같다. 그런데, 저것을 소화하자니 두통이 오는 것 같고, 그것도 케익은 케익인지라 입안에 달라붙는 맛이 그다지 건강하지 않다. 그렇다고 아는 집 돼지에게 주자니, 소량이라해도 다 유기농 재료를 쓴 것인데.. 아까운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세상에는 굶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너무 사치스러운 짓이 아닌가 하는 자책감도 든다.


에필로그
채식을 한다거나 생태적인 삶을 지향한다고 해서 모든 미각의 욕구를 억제하고 수도승처럼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 실패를 경험하고, 심기일전의 의미로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을 다시 펼쳐든 지금, 내가 가야할 길이 어딘인지가 좀 더 명확해 지고 있다. 좀더 단순하고, 소박한 방향으로.
유기농 가게 고마운 아주머니껜 차라리 작년에 말려놓은 야생 허브차를 드려야겠다. Vegan 케익레시피와 함께.

잠깐 여기서-설탕이 왜 그렇게 건강에 나쁠까?

이가 썩고 살이찌게 한다고? 물론이다.
또 설탕은 단순한 당이기 때문에 먹는 즉시 몸에 흡수되어 짧은 시간안에 혈당을 높인다.
거기에 충치가 생기느냐 마느냐는 옵션 사항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각종 제과 제빵류는 물론 다양한 음료수를 통해 섭취하게 되는 설탕은 대부분 흰설탕인데,  이 흰설탕이 뻔뻔함의 극치이다.
몸안의 무기질과 결합해, 우리몸이 필요란 무기질들을 몸밖으로 버리는 '무기질 도둑'이기 때문이다.


« PREV : 1 : ···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