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이라고 다같은 유기농이 아닌 이유

2008. 8. 30. 01:49My-ecoKitchen

우리는 지금 웰빙이 하나의 트렌드(유행)이며 소비의 한 코드로 인식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된다.(아마도 여전히 기아와 질병에 허덕이고 있는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몇몇 국가들을 제외한)
독일 또한 다른 국가들과 다르지 않다.
그덕에 특별히 유기농 전문 가게를 찾지 않아도 요즘엔 어느 슈퍼마켓(알디, 에디카 등- 우리나라로 치면 이마트 같은)을 가더라도 유기농 상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감자, 당근 같은 채소류부터 시작해서, 국수, 과자, 음료수, 그리고 열대과일들까지 다양하게 구색맞춰 진열대에 놓여져 있다.

그런데 기막힌 점은 계절은 여름이 막바지에 이르러 진열대에 다른 일반(conventional) 농산물은 이미 독일 자국산으로 꽉 차 있는데, 유독 유기농 농산물은 독일산 대신 스페인이나 이스라엘 등 먼 거리에서 운송되어 온 외국산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몇몇 채소들은 이웃나라인 네델란드 산이라도 있는게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이다.
 
이런 나를 두고, 유기농이면 유기농이지 뭘 그렇게 까다롭게 구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다면.
대답해 주고 싶다. 유기농이라고 다같은 유기농이 아니라고.


왜 유기농이라고 다같은 유기농이 아닌가?

1. 맛있고 건강한 유기농?

비행기 타고 온 스페인산 유기농 토마토

2008 © MiSooDESIGN, Kim MiSoo '맛있고 건강한 유기농'이란 말에 물음표를 달게 하는 외국산 유기농 농산물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생각해 몸에 해로운 농약을 치지 않고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식품을 사 먹는다. 그런데, 먼거리를 운송해야 하는 외국산 유기농 농산물일 경우, 장기간 보존을 위한 여타의 화학제품을 쓰지 않는 대신, 장거리 운송을 위해 채 익기도 전에 수확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유기농 상품이라해도 생산지와 그 운송거리에 따라 그 영양과 맛에서 차이가 나게 된다.
이곳 사람들이 자주 먹는 토마토를 예를 들어보자.
항산화 작용을 하는 붉은 토마토의 리코펜 성분은 덜 익은 파란 토마토를 수확해서 익힌 것보다 완전히 붉게 익은 뒤 수확한 것에 더 풍부하다.(http://www.solgeori.net/menu2/main.asp?menu=4&part=11)
그리고 또 이는 토마토의 맛에 직결된다. 많은 슈퍼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는 스페인산 유기농 토마토와, 이웃국가 네델란드산 토마토, 그리고 시장에서 유기농 농부에게서 산 토마토를 비교해 가며 먹어보면, 먼거리에서 수입해 온 토마토일 수록 그 맛과 향미가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2. 사람은 살리고 땅은 살리지 못하는 유기농?
다음으로 사람을 살리고 땅을 살리는게 진정한 유기농의 정신이다.
그런데 원산지에 상관없이 무작정 유기농이라고 사먹으려 든다면 당장 내 몸-사람의 몸은 살릴 수 있지만 우리가 사는 이 땅은 살리지 못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또한 사람을 죽이는 일이 되는데, 땅이 오염되고 죽게되면 그 땅에 사는 사람들 역시 온갖 질병으로 고생하거나 결국엔 죽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토불이

2008 © MiSooDESIGN, Kim MiSoo 땅이 오염되고 죽게되면 그 땅에 사는 사람들 역시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에서 미국산 100%콩으로 만든 두부가 판을 치던 때, 우리농 콩으로 만든 두부를 판매하던 풀**사에서 몇 년 전 유기농 두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오랫동안 값싼 미국산에 밀려 국내에선 풀**사를 제외하곤 국내산 콩을 사용한 두부를 파는 곳이 별로 없었다. 생협 등에서 국내산 유기농 콩으로 만든 두부를 판매하는 곳도 있었는데, 그 공급이 그리 많지 않았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마트에까지 납품되는 유기농 두부라니. 아니나 다를까 잘 살펴보니 원재료가 중국산 콩 100%였다.
당시에 좀더 싼 가격에 유기농 두부를 먹게 되었다고 좋아하던 이들이 있었을런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때문에 우리 땅을 생각하고 우리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렵게 시작한 유기농 콩농사가 값싼 중국산 유기농콩에 밀려, 사라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중국에선 어떠한 기준으로 유기농 상품의 적합여부를 심사하는지, 그 또한 과연 한국 국내 기준에 부합할 만한 수준일까? 혹 국내 기준에 부합한다 한들, 지렁이가 돌아오고 온갖 미생물이 살아 숨쉬기 시작하던 국내의 유기농 콩밭이 가격 경쟁에 밀려 사라진다면, 우리는 이미 만연하고 있는 아토피같은 증상이나, 또 다른 원인 모를 피부병, 알러지 증세 등에서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 한 몸 좀 더 싼 가격에 건강히 살 수 있으리라 기뻐하던 것은 말그대로 하룻밤의 꿈에 불과하게 될런지도 모른다.

신토불이라고도 하듯이 우리 몸과 우리가 사는 이 땅은 깊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 땅이 다시 살아나게 될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면, 그로인한 부작용과 오염의 댓가를 내 몸이  받게 될 것이다.
 

3. 수출국 땅과 사람들을 살리고 배 부르게 하는 유기농?
유기농이 우리는 못살려도 농산물을 수출하는 그 나라 땅과 사람들을 배부르게하고 살린다고?
그렇다면 그 나라 사람들은 먹고 살기 풍족하고 땅이 남아돌아서 수출용 유기농 농산물을 재배할까?

힘들게 일하는 제3세계 빈민국 어린이

2008 © MiSooDESIGN, Kim MiSoo 부당한 임금과 노동 착취속에서 생산되고 있는지도 모를 유기농


커피나 사탕수수 재배(plantation) 때와 마찬가지로 그 땅의 농민들은 부유한 국가의 소비자들을 위해 이름만 다를 뿐인 또 다른 유기농 플랜테이션(plantation)에서 일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번 돈으로 자신과 가족이 일용할 양식을 사기 위해서 말이다. 혹은 손에 연필 대신 농기구를 든 어린이들이 유기농 밭에서 작물들을 가꾸고 수확하는 지도 모른다.
이런경우, 유기농 작물을 수출하는 회사는 수출을 통해 적지 않은 돈을 벌어들이겠지만, 그곳에 고용된 일꾼들은 일반 커피 플랜테이션에서 일하건, 유기농 밭에서 일하건 별반 상관없이 많지 않은 임금에 힘들게 일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를 두고, 과연 유기농이 그 땅의 사람들을 살리고 배부르게 한다고 말을 할수 있을까?


우리가 추구해야할 진정한 유기농이란

같은 농산물이라면 외국산이 아닌 국내산을, 다른 지역산물 보다 내 지역에서 나는 유기농산물을 구입하도록한다.  또 가능하면 마트나 유기농 전문점 보다 생협이나, 직거래 장터, 아니면 인터넷등에서 유기농사를 짓는 농부의 연락처를 찾아내 이웃들과 함께 직구입을 하도록 한다. 직구입의 경우 물론 중간 유통이 없어지니, 농부나 소비자 모두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간다. 그리고 생협 같은 경우도 중간상인의 유통마진을 줄여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그리고 국내에서 생산이 불가능한 열대과일이나 커피 등의 상품의 경우 너무 자주 구입하는 것을 피하고, 구입시엔 가능한한 공정거래(Fair-trade) 제품을 구입하도록 한다.

탐심을 조금 줄이고, 제철음식 먹기를 생활화하면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장을 보기가 훨씬 수월해 진다.


공정무역(Fair-trade) 제품이란                                                                                                       
말 그대로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수입한 제품을 말한다.
반대급부로 말하자면 쵸콜렛, 커피 등 기호식품에서 부터 세계 유명 스포츠용품회사의 축구화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구매하는 제품들 중 상당수가 기업의 이윤논리에 의해, 생산비를 줄이기위해 불공정하게 만들어진 것들이다. 즉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만들어졌거나, 학교에 가 공부할 나이의 어린 아이들에 의해 만들어졌거나 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무역을 하는 단체나 회사들은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이 아닌, 가능한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이익의 일부를 노동환경 개선과 교육 등에 투자하여 지역 생산자들의 자립을 돕는다.

참고 기사
공정무역(경기 여성웹진 우리)
공정무역은 아직도 배고프다(한겨레21)


잠깐 여기서 (Thinkingpoint!)

사실 그 노동의 댓가를 생각해 본다면 농산물 생산에 가장 지대한 공헌을 하고, 또 힘든 노동을 한 농부가 이익의 많은 부분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현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이익을 유통업체나 판매 상인이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이곳 독일 브란덴부르크 주 에버스발데에서 작년가을 판매된 감자의 경우를 보자. 유기농 농부에게서 직거래로 샀을때의 가격보다(물론 한 자루(12,5kg)이상 되는 많은 양을 한 번에 사야한다.) 유기농 가게에서 판매하는 가격(같은 농부에게서 산 똑같은 감자를 판매했음에도 불구하고)이 킬로당 3-4배이상이나 비쌌다. 물론 이런 가게의 경우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소량구매나, 접근 거리상의 편리함 등의 장점이, 농부의 입장에서는 정기적으로 대량 판매가능한 활로 확보와, 개개인의 고객확보를 위한 여타의 노력이 불필요한 점 등의 잇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들이 농부가 치루는 모든 노동과 위험부담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큼, 혹은 거기에 견줘 볼 수 있을만한 대단한 것일까?
농부가 얻게 되는 이익의 몇배나 되는 이익을 챙겨도 좋을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