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옥수수밭 습격 사건

2008. 7. 27. 05:19My-ecoLife

-유전자 조작 농작물, 그 유해성을 알고 있나


▲ 유전자 조작 옥수수 밭에 반대하는 가두시위  2006 ⓒ 김미수 & Daniel Fischer

지난 7월 마지막 주 주말, 독일 브란덴부르크주에 있는 작은 마을 바딩엔(Badingen)에서는 유전자 조작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긴드렉 벡(Gendreck-Weg, 유전자 조작 쓰레기는 사라져라!)'이라는 단체에서 주관한 행사인데, 올해로 두 돌을 맞았다.




유전자 조작 옥수수

Bt 옥수수란?



이 곳 Badingen에 심은 옥수수는 유전자 조작 옥수수 중 Bt 옥수수이다. Bt란 독성을 내뿜는 'Bacillus thuringiensis'균의 약자로, Bt 옥수수는 별도의 농약 사용 없이 옥수수 스스로 해충을 죽일 목적으로 개발된 종자이다.

하지만 해충뿐만 아니라, 바람에 날린 옥수수 화분에 오염된 근처 다른 풀에서 서식하던 나비, 나방, 애벌레들까지 죽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Losey et al.1999)


이 단체는 해마다 유전자 조작 농작물을 심은 밭을 찾아 근처에서 캠핑을 하며 워크숍, 토론회를 연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일요일, 교회에서 유전자 조작 농작물에 반대하는 주제의 예배를 드리고 난 후 밭까지 가두시위를 한다. 그 다음 일정의 마지막이자 행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옥수수 밭에서 춤을(Tanz in den Mais!)'이라는 행사를 여는데,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우리의 건강마저 위협하는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베어내는 것이다.

작년에는 소수의 참가자들만이 밭에 접근해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베어낼 수 있었다. 밭 근처에 가기도 어려울 정도로 경찰이 경찰차, 입에서 보호대를 제거한 경찰견, 심지어는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고 통제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20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1000㎡ 크기의 옥수수 밭을 '청소'했고 그 중 80여 명이 연행됐다. 유전자 조작 옥수수의 독성 때문이었을까. 옥수수를 베러 밭에 들어갔던 이들 중 몇몇은 밭에서 나온 후 알레르기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 길을 막아선 경찰차들을 배경으로 연주를 하고 있는 클래식 음악 그룹 Lebenslaute
2006 ⓒ 김미수 & Daniel Fische

정말 밭을 깡그리 없앨 목적이라면 몰래 밤에 밭을 찾아 다 베어 버리는 게 쉽겠지만, 이 집회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중에게 유전자 조작의 위험성, 유해성 등을 널리 알리고 이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있다.

일부에서는 긴드렉 벡과 참가자들을 싸잡아 '파괴자', 심지어는 '범죄자'라고까지 하며 비난하고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한다. 하지만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함께 온 아이부터 학생들, 타악기와 클래식 음악 연주 그룹, 양봉업자, 농부, 고령의 할아버지까지, 남녀노소, 직업에 관계없이 '우리 지구의 미래를 염려하는 마음' 하나로 모인 참가자들뿐이다.


유전자 조작 농작물의 폐해

브란덴부르크주는 독일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유기농 밭이 있다. 그리고 많은 농부들이 자신들의 지역을 'Gentechnik frei Land'(유전자 조작 금지 지역)로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은 또한 독일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유전자 조작 농작물 밭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일반 농작물과 유전자 조작 농작물의 공존이란 양과 늑대를 한 곳에 모아 두고 공존 가능성을 지켜보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양봉업자 미햐엘 그롤름.
2006 ⓒ 김미수 & Daniel Fischer

유전자 조작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유전자 조작 농작물은 건강에 무해하며 일반 농작물과 공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연환경에도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올해로 두해째 긴드렉 벡 패널로 참석하고, 행사 진행을 맡고 있기도 한 양봉업자 미햐엘 그롤름(Michael Grolm)은 "일반 농작물과 유전자 조작 농작물의 공존을 운운하는 것은 양과 늑대를 한 곳에 모아 두고 공존이 가능한가를 지켜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벌들은 최대 10km까지 날아가 이 꽃에서 저 꽃으로 화분을 나르고 이를 통해 유전자 조작 농작물의 화분이 일반 농작물에 닿아 결국 모두 유전자 조작 농작물이 되고 만다. 벌뿐만 아닌 바람도 이런 현상을 확산시킨다.

이미 수년간 유전자 조작 유채를 심어 온 캐나다를 보면, 밭에 한 번 유전자 조작 유채를 심으면 선택의 여지 없이 주위의 모든 유채가 유전자 조작 유채가 된다. 그래서 지금 캐나다에는 더 이상 유전자 조작이 아닌 일반 유채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전자 조작 농작물을 심을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외치는 유전자 조작 농부들 덕에 오히려 유채를 심던 캐나다의 일반 농부들, 유기농 농부들의 선택의 자유는 모조리 박탈 당했다. 이미 이러한 참상을 경험한 한 캐나다 농부는 독일은 자국을 상대로 또 다른 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고 충고한다.


긴드렉 벡, 그 후


▲ 밭에서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베어내고 있는 참가자들  2006 ⓒ Jörg Müller

신경써서 유기농 농산물을 사먹지 않는 한, 우리는 도처에 있는 유전자 조작 식품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일반 소고기와 유제품은 거의 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사료로 해 키운 소에서 나온 것이다. 가공된 식품의 경우 독일에서는 가공 후 남아있는 유전자 조작 물질이 0.9% 이하면, 우리 나라는 3% 이하이면 '유전자 조작 식품'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미처 신경쓰지 못하는 사이에 벌써 우리는 대대적인 실험용 쥐가 되어가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아직은 상업적인 용도의 유전자 조작 농작물을 키우는 밭과 농부가 없지만, 독일에서는 다국적 종자회사들의 지원에 힘입어 이들의 세력이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게 여기 저기서 일어나는, 긴드렉 벡과 같은 유전자 조작 반대 운동과 참가자들 덕에 그나마 아직은 선택의 여지가 있고, 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다.


▲ 긴드렉 벡(Gendreck-Weg)의 로고
ⓒ Gendreck-Weg

하지만 직접 시위에 동참하는 것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슈퍼에서, 마트에서 물건을 살때 유전자 조작 식품의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고, 수입산이 아닌 국산을 이용하거나 유기농 농산물을 이용하는 것 역시 유전자 조작에 반대하는, 그래서 세상을 변화시킬수 있는 기본적이고도 커다란 힘이 된다.

"Wenn Unrecht zu Recht wird, dann wird Widerstand zur Pflicht(불의가 정의가 된다면, 우리는 이에 저항할 의무가 있다)"

어느 시위 참가자의 손에 들린 피켓에 적혀 있던 글이다.
 
덧붙이는 글 | Gendreck-Weg 홈페이지: http://www.gendreck-weg.de

2006년 8월 ohmynews에 송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