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유 친환경 자동차를 향해

Posted 2016.07.26 20:33

[독일댁의 생태적인 삶]

-유채기름으로 부릉부릉 (글 전문 보기)




7년 전 처음으로 자가용을 샀다. 자가발전한 전기로 오염 물질을 직접 배출하지 않는 전기 자동차를 갖고 싶었지만, 당시 기술과 우리 예산으로는 꿈일 뿐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식물성기름으로도 운행할 수 있는 중고 경유차! 구입할 때 이미 17만 5천 ㎞를 주행한 헌 차지만 유채기름으로도 운행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다.

_ 사진 김미수


▲ 유채씨에서 짜내는 유채기름은 자동차 연료로도 쓸 수 있다. 유채밭 너머로 전기 자동차 연료를 생산하는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 김미수


자가용을 부르는 ‘깡촌’의 교통 상황
‘대중교통 운행 시각이 비교적 정확하고 시골 구석구석까지 잘 다녀 자가용 없이도 편히 살 수 있는 나라 독일.’ 꽤 오랫동안 품어 온 이런 환상이 깨진 건 2008년 라인란트팔츠 주에 있는 시골 마을 게르바흐에 살면서부터이다. 빵집을 빼면 식료품을 살 만한 상점 하나 없어 인근 도시로 나가야 했던 이곳에서는, 유일한 대중교통인 마을버스가 아이들 통학 시간에 맞춰 하루 네다섯 번쯤 다녔다. 이마저도 방학에는 운행을 멈췄고, 지역 택시를 이용하려면 정확한 날짜와 시각을 정해 적어도 24시간 전에는 예약해야 했기에 많이 번거로웠다. 그래서 나는 2주에 한두 번, 왕복 15㎞인 가파르고 험한 길을 자전거로 다니며 장을 봤다. 자전거 앞뒤 바구니와 50L짜리 배낭에 식료품을 한가득 담아 집으로 돌아올 때면 아무리 생태적인 삶을 바라더라도 자동차가 주는 편리함이 절실했다.


우리 집에 자가용이 생긴 건 7년 전, 남편이 바이에른 주의 바이로이트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을 시작하면서였다. 연구를 위해 시 외곽에서 시험 재배를 해야 했는데 거리가 멀고 장비를 옮겨야 해서 자동차 이용이 필수였다. 대학 차량은 빌리는 절차가 까다로웠고, 사설 업체 차량은 시간에 맞춰 빌리고 반납하느라 맘 놓고 일하기 어려웠다.


식물성기름으로도 자동차 잘 달려

우리 부부는 자가발전한 전기로 오염 물질을 직접 배출하지 않는 전기 자동차를 운행하기를 꿈꿨지만, 당시 기술과 우리 예산으로는 한 번에 400㎞ 이상 장거리를 다닐 수 있는 전기차를 사기는 무리였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식물성기름으로도 운행할 수 있는 중고 경유차를 사기로 했다. 우리가 산 차종은 2002년도에 제조된 시트로엥 사의 베를링고로, 유채기름으로도 운행하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엔진이 튼튼했다. 식물성기름은 점성이 높기 때문에 엔진 온도가 80℃ 이상 되어야 엔진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주유 탱크를 두 개로 개조해 각각 식물성기름과 경유를 넣고 시동을 걸 때만 경유를 쓰고, 엔진 온도가 올라가면 식물성기름을 쓴다. 또 엔진 열 교환 장치를 연장하는 장치를 달아 추운 날씨에 식물성기름이 얼지 않고 잘 흐르게 한다. 우리는 식물성기름과 경유를 섞어 쓰는데, 한여름에는 식물성기름을 95%까지 쓰고 한겨울에는 20% 정도 쓴다.


엄밀히 말하면 식물성기름 자동차는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실험정신이 투철한 선구자들이 노력하여 찾아낸 결과물이기에, 일단 우리 차에 식물성기름을 주유해도 정말 문제가 없는지 실험해야 했다. 마트에서 대용량 식용 유채기름을 사다가 주유한 뒤 성공적으로 운행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식용유를 자동차에 주유하는 건 위법이어서 가슴이 철렁했던 기억도 난다. 식용 유채기름과 연료용 유채기름을 생산하는 과정과 방법은 같지만, 식품과 연료에 적용되는 부가세[각주:1]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란다.



지역 농부가 운영하던 식물성기름 주유소. 여분의 기름통에 식물성기름을 잔뜩 사 놨다가 경유와 섞어 쓴다. 우리는 어지간한 거리는 자전거로 다니고 거리가 멀거나 날씨가 나쁘거나 짐이 많을 때만 자가용을 이용하기에, 우리 차의 연간 주행거리는 6~8천 ㎞ 이하이다. ⓒ 김미수



정책과 원료 부족이 문제
식물성기름 주유소는 일반 주유소처럼 흔하지 않다. 다행히 우리 집에서 시가로 가는 길목에 지역 농부가 운영하는 곳이 있어 갈 때마다 기름통을 여러 개 준비해 여분의 기름을 많이 사 놓았다. 그러다 한동안 주유하러 들르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연락했더니 더 이상 주유소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독일 정부에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약 6년간 식물성기름에 대해 에너지세 감면 정책[각주:2]을 시행함에 따라 식물성기름 주유소가 독일 전역에 생겨날 정도로 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세금 감면 정책이 중단된 뒤 저유가 시대가 지속되어 식물성기름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독일 내 식물성기름 주유소가 대부분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식물성기름은 생산 과정이 단순하고 오염 문제가 없는 깨끗한 연료라는 장점이 있지만, 원료를 재배하는 농지에 한계가 있어 자동차 업계에서는 주목하지 않고 있다. 한편 유채기름으로 만드는 바이오디젤이나 사탕무로 만드는 바이오에탄올은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 조항 등 정책적인 뒷받침 덕에 여전히 상용되고 있다. 그러나 식물성기름과 마찬가지로 재배 농지 한계와 대규모 단일경작에 따른 문제를 피할 수 없다. 또 독일 내 생산량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원료를 수입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GM작물이 섞일 위험[각주:3]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제는 재생에너지로 움직이는 전기차를 

루돌프 디젤이 1900년 파리 세계박람회에 출품한 디젤엔진 자동차는 땅콩기름으로 움직였다[각주:4]고 한다. 그때부터 계속 자동차 연료로 식물성기름을 써 왔다면 도로는 배기가스와 미세먼지 대신 튀김 냄새가 가득한 맛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자동차 기업에서 의지만 있다면 식물성기름과 정제한 폐식용유를 쓰는 대체 연료 자동차를 개발하고도 남았을 터다. 그랬다면 전기차로 완전히 전환하기까지 지금보다 좀 더 깨끗한 환경에서 살 수 있었을 텐데.


독일 정부는 친환경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해 자동차 기업과 손잡고 지난 5월부터 정부와 기업에서 각각 절반씩 지원해 신차 한 대당 최대 4천 유로(약 535만 원)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다만 자동차 가격이 최대 6만 유로(약 8천만 원)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제한이 있어, 비싸도 현재 배터리 성능이 가장 좋은 테슬라 사의 전기차를 구입하려는 사람이나 우리처럼 중고 전기차를 염두에 둔 사람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환경을 위해 전기차를 보급하는 데 얼마만큼 실효성 있는 정책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전기차를 선택할 가능성을 높이고 기업의 전기차 연구 개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전기차 연료로 햇빛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아닌 핵발전과 화력발전으로 얻은 전기를 쓴다면 전기차 보급이 오히려 환경 파괴에 앞장서는 결과를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독일 정부에서 목표로 하는 것처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이 80% 이상으로 늘어나고, 도로에 재생에너지로 움직이는 전기차가 가득하다면 스모그 없는 깨끗한 도시를 꿈꿔 볼 만도 하다.




↘ 김미수 님은 생태적인 삶을 향한 한 걸음으로 2001년 가을부터 완전 채식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2005년 독일로 건너가 ‘조금씩 더 생태적으로 살아가기’에 중심을 두고 남편과 함께 지속가능한 농사를 지으며 생태적 순환의 삶을 사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www.my-ecolife.net에 이런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에서 만드는 월간지 <살림이야기> 49호 2016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2016년 첫호부터 '[독일댁의 생태적인 삶]'이란 꼭지에 독일에서 겪는 생태적인 삶과 독일내 생태˙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살림이야기 측에서 동의해 주신 덕분에 다음호가 발간되면서 이 글을 My-ecoLife에도 전문 공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살림이야기 홈페이지에 가시면 과월호의 다른 모든 내용도 보실 수 있습니다.

Link: [살림이야기]


 참고 자료 



 



  1. 식품인 식용유의 부가세는 7%, 에너지 원료로서 유채씨 기름의 부가세는 19%. 당시 리터당 가격은 식품과 에너지 원료 유채씨 기름이 비슷하거나 어느 때는 오히려 에너지 원료의 가격이 더 저렴할 때도 있었지만, 어쨌든 독일에서는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하는 것을 꽤 엄격히 금했다. [본문으로]
  2. Fachagentur Nachwachsende Rohstoffe e. V. (FNR), "Energiesteuergesetz (EnergieStG)", bioenergie.fnr.de(검색일 2016.5.3) [본문으로]
  3. Heike Moldenhauer et al. "Nachwachsende Rohstoffe Einfallstor für die Gentechnik in der Landwirtschaft?" AbL, BUND & iaw [본문으로]
  4. "Der Dieselmotor – Optimum an Bewegungsenergie", www.welt.de(2013.2.2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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