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에서 먹는 아침식사
2008. 7. 27. 06:10ㆍMy-ecoKitchen
유전자 조작 식품이 없는 아침을!
맑고 화창한 일요일(20일) 아침, 폴란드 쪽 국경 근처 독일의 한 작은 마을 쫄부뤼케(Zollbrücke)에서는 '국경에서
먹는 아침식사,-유전자 조작 식품이 없는 아침(Frühstück am Rand-Gentechnikfrei)'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행사 개최지는 몇몇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예술, 문화와 중심지 '씨어터 암 란트(Theater am Rand)의 야외 극장이었다. 이 행사는 유전자 조작 식품에 반대하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몇몇 활동가들과 '씨어터 암 란트'의 예술가들이 함께 뜻을 모아 이루어졌다. 32개에 달하는 유기농 식품 회사 · 식품점 · 빵집 등에서 '국경에서 먹는 아침식사,-유전자 조작 식품이 없는 아침'을 위해 빵, 야채, 과일, 쨈, 쥬스 등을 기부했다.
오후에는 유전자 조작식품과 먹거리에 관한 주제로 교수직 은퇴 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지그마 그뢰네펠트(Sigmar Groeneveld)의 강연과 어린이들을 위한 인형극, 콘서트가 이어졌고, 관련 주제의 영화가 상영되었다.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마틴 베버의 말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야외극장에서 상쾌한 바람을 느끼고 음악을 즐기며 맛난 아침식사를 할 요량으로 온 사람이라 할지라도 식사를 기다리며 혹은 식사 후 잠깐 여기저기 걸려있는 유전자 조작에 관한 게시물들을 스치듯이라도 훑어 보았을 것이다. 이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서는 전과 다름없이 생활을 하다가도 텔레비젼이나 신문에서 유전자 조작에 관한 뉴스를 보게 된다면 아마 예전보다는 조금 더 관심어린 눈으로 뉴스를 지켜보기도 할 것이고, 그 중에는 장 보러 가서도 식품의 원산지나 유전자 조작 식품 함유 여부를 따져보기 시작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란 바로 그 사람이 먹는 것이다'
독일에는 '사람이란 바로 그 사람이 먹는 것이다(Der Mensch ist, was er isst)' 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마시는 음료는 물질적으로 우리의 몸을 만들고, 또한 우리의 생각, 행동 그리고 우리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우리가 매일 하는 '먹는 행위'-무엇을 먹을까 생각하고 결정해 돈을 지불하는 일체의 행위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우리가 무심코 사먹는 햄버거 한 개 때문에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의 열대 우림이 파괴되고, 대부분 동물의 사료로 쓰여질 유전자 조작 옥수수나 대두를 재배한다는 명목 하에 생계유지를 위해 농작물을 기르던 제 3세계의 가난한 농부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게 될지도 모른다. 별 고민 없이 1kg에 1000원도 안되는 수입산 밀가루(듬뿍 뿌려진 첨가제 덕에 봉지 입구를 열어 몇 달을 두어도 벌레가 생기지 않는)를 사먹는 동안, 한동안은 대한민국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던 우리밀 종자를 찾아내 우리밀을 재배, 생산하고 있는 우리밀 농가들은 다시 한번 어려움을 겪게 될런지도 모른다. 의식있는 '먹는 행위' 요즘 세상에 집에서 매일 밥을 차려먹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더군다나 도시락을 손수 챙길 수 있는 사람은 더 적을 것이다. 유기농 식당은 서울에서도 그 수를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몇 개 되지 않고, 따라서 바쁜 우리들이 끼니 때마다 이런 식당을 찾는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주말 식사를 위해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든 가끔 장을 볼 때라도 '사람이란 바로 그 사람이 먹는 것이다'라는 말을 기억해 보며 유전자 조작이 되지 않은 식품, 우리 농산물 또는 유기농 먹거리를 고른다면 우리 자신과 우리 다음세대를 위한 안전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억하자. 우리의 '의식있는 먹는 행위'가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덧붙이는 글 | 2006년 8월 ohmynews에 송고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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