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15. 00:47ㆍMy-ecoVehicle+Energy
[독일댁의 생태적인 삶]
-수신호 보내며 안전제일로 (글 전문 보기)
2014년 독일도시연구소에서 발표한 ‘독일의 자전거 통계와 현황’에 따르면 독일 국민 1인당 보유한 자전거 수는 약 0.96대이고, 독일 가정 대부분은 평균 1.8대 이상의 자전거를 갖고 있을 정도로 독일인의 일상에서 자전거는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건물 앞이나 공원 등 어디든지 자전거 전용 주차 공간이 없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고, 초등학교에서부터 자전거 안전과 교통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1
글 _ 사진 김미수
▲ 공원이든 식당이든 어디든지 자전거 전용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자전거를 일상적으로 이용하려면 필수적인 시설이다. ⓒ 김미수
웬만한 수리는 직접 하며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지금까지 독일에 살면서 서너 번 이사했는데, 집에서 남편 학교나 일터까지 자전거로 이동할 만한 거리인지 보는 게 살 곳을 정하는 우선순위 조건이었다. 2009년부터 우리에게도 자가용이 생겼지만 나는 자전거로 1시간 이내 거리인 10㎞, 남편은 1시간 30분 이내 거리인 20㎞ 정도까지는 웬만하면 자전거로 다닌다. 특히 독일인인 남편은 장대비가 쏟아지고 눈이 무릎까지 쌓여도 비옷과 털모자, 장갑들로 중무장하고 자전거를 끌고 나간다.
독일은 주거지역과 도심 대부분의 차도와 보행로 사이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갖춰져 있다. 그래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전거로 통학, 통근을 하고 장을 보는 등 다양한 일상의 일을 비교적 안전하게 할 수 있다. 자전거가 있으면 대중교통 배차 시간에 일정을 끼워 맞출 필요도, 상점에서 산 짐을 무겁게 계속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걷기는 귀찮고 버스나 전철을 타기엔 애매한 거리를 이동하는 데도 그만이다. 특히 기본 거리인 서너 정거장 정도를 환승하며 이동할 수 있는 승차권 가격이 최소 2.05유로(약 2천600원)로, 대중교통 이용료가 비싼 이곳 할레에서는 자전거만큼 저렴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은 없다.
시내용, 산악용 같은 비교적 평범한 종류의 자전거 외에 큰 짐칸이 달린 운반 전문 자전거나 발이 불편한 사람도 탈 수 있게 손으로 바퀴를 돌리는 특수 자전거까지 다양한 운행 목적과 운전자를 위한 각양각색의 자전거가 있다. 장바구니를 겸할 수 있는 앞 바구니나 뒷좌석에 쉽게 달았다 뗄 수 있는 가방, 쌍둥이도 너끈히 태워 나를 수 있는 아이들 운반 행어와 짐을 실을 수 있는 행어 등 자전거 액세서리 또한 종류별로 다양하다.
자전거 안전 운행에 필수인 팔다리에 붙이는 형광 밴드며 헬멧, 이외에도 자전거를 간단히 자가 수리하는 데 필요한 휴대용 수리 키트나 바퀴 등은 자전거 전문점이 아닌 일반 마트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한국에선 바퀴에 바람만 조금 빠져도 자전거포로 달려갔던 것과 달리 독일에서는 바퀴에 바람을 넣고, 구멍 난 바퀴를 수리하고, 헐거워진 체인을 조이거나 교체하는 일까지 웬만큼 자질구레한 자전거 수리는 집에서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 남편도 학창 시절 이런저런 자전거 수리 방법을 시아버지에게 배운 뒤로 지금껏 우리 집 자전거의 거의 모든 수리를 도맡아 척척 해내고 있다.
▲ 아이들 운반 행어를 연결한 자전거. 독일 거리에서는 다양한 용도에 따라 제각기 생긴 자전거를 쉽게 볼 수 있다. ⓒ 김미수
초등학교 때부터 교통법규 배워
독일에선 자전거 운전자도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벌금을 내거나 벌점을 받는다. 기본적으로 우측 주행, 자전거 전용도로에 관한 규정,
안전 장비와 자전거에 장착하는 기본 장비 등에 관한 의무 사항을 지켜야 하는 것 외에 자동차 운전자와 마찬가지로 자전거 운전 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이어폰을 꽂은 채 음악을 듣거나 보행자 전용구역을 자전거로 이동하는 등의 행위는 불법이다.
또 자전거 운전자는 자동차가 방향 지시 등(깜박이)을 켜듯이 의무적으로 좌우 수신호를 보내야 한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는
구간에서 자전거가 차도로 갈 수 있기 때문인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 어느 도로를 이용하느냐와 상관없이 이는 항상 지켜야 할 의무
사항에 속한다. 한국에선 대충 내 스스로 알아서 자동차를 피해 가며 자전거를 탔는데, 독일에서 처음 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탈 때
남편이 수신호를 보내는 모습이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걸 대체 어디서 배웠냐?”고 물었더니 초등학교에서 배웠단 말에 한 번
더 놀랐는데, 차량이 없는 한적한 도로에서 어린아이 한 무리가 지도교사와 함께 수신호를 하고 자전거 방향 바꾸는 연습을 줄지어
하는 걸 보며 남편 말이 사실임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자전거 운행에 관한
교통법규, 표지판 숙지와 같은 이론과 실습 교육을 한다. 특히 안전 운행을 위해 아이들에게 눈에 잘 띄는 안전 보호 장비를
착용하게 하고, 아이들 자전거 뒤꽁무니에 형광 깃발을 달아 다른 운전자의 눈에 확 띄게 하는 점 등이 꽤 인상 깊었다.
▲ 자전거 전용도로가 따로 없이 트램, 자동차, 자전거, 보행자까지 함께 다니는 할레 중심가의 모습.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 김미수
자동차와 공존하는 게 관건
하지만 독일이 자전거를 타는 데 사각지대가 없는 완벽한 나라는 아니다. 앞서 언급한 독일도시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독일 내 전 국도의 39%, 지방도로는 겨우 25%에만 자전거 전용도로가 갖춰져 있다. 예전에 살던 시골 마을 게르바흐
역시 자전거 전용도로가 갖춰지지 않은 지역이었던지라, 이웃 도시에 장을 보러 가려면 자전거를 끌고 굽이굽이 험한 산길을 넘거나
자동차 운전자 대부분이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아 자전거 운전자에겐 위험천만한 차도를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게르바흐는
전문 사이클리스트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마을 중 하나였는데, 이들이 차에 치어 사고가 났단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듣곤 했다.
지금 살고 있는 할레의 시내 중심가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다가도 끊기는 곳이 즐비하다. 또 자동차 외에 여러 트램이 얽히고설키어 지나다니는데, 트램 선로는 도로 아래로 4㎝가량 깊게 파여 있어 자전거 바퀴가 그 속에 빠질까 봐 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설상가상으로 앞뒤로 트램과 자동차 사이에 낀 채 차선을 바꿀 때면, 좌우에서 치고 들어오는 다른 트램과 자동차에 둘러싸인 채 트램 선로에 안 빠지게 조심하랴 무단 횡단하는 보행자들 살피랴 자전거 타는 일이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아찔하다.
우리 부부는 주말마다 자전거를 타고 집 인근을 돌아다니는 짧은 자전거 여행을 즐겨 왔다. 자동차로 다녔다면 지나쳤을 곳을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어 지역 탐방을 꽤 수월하게 해 왔다. 의도치 않게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풍광과 생태 문화 공간을 알게 되기도
했고 철마다 자두, 사과, 배 등 과실이 열리는 곳을 발견하는 선물 같은 일이 많이 생겨났다. 적당히 편리하면서 건강에도 유익한
자전거는 생태적인 삶에서 절대 떼어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수단이다.
↘ 김미수 님은 2005년 독일로 건너가 ‘조금씩 더 생태적으로 살아가기’에 중심을 두고 냉장고 없는 저에너지 부엌을 시작으로 실내 퇴비 화장실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또 먹을거리를 직접 가꾸는 등 좀 더 지속 가능하고, 좀 덜 의존적인 생태 순환의 삶을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my-ecolife.net에 이런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에서 만드는 월간지 <살림이야기> 51호 2016년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2016년 첫호부터 '[독일댁의 생태적인 삶]'이란 꼭지에 독일에서 겪는 생태적인 삶과 독일내 생태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살림이야기 측에서 동의해 주신 덕분에 다음호가 발간되면서 이 글을 My-ecoLife에도 전문 공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살림이야기 홈페이지에 가시면 과월호의 다른 모든 내용도 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Radverkehr in Deutschland Zahlen, Daten, Fakten", Deutsches Institut für Urbanistik GmbH(Difu) & Bundesministerium für Verkehr und digitale Infrastruktur(bmvi)(201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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