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을 기대해 본다-식당의 반찬 재탕 논란과 도시락 싸기

2008. 9. 5. 23:51My-ecoKitchen

어제 인터넷에 뜬 글들을 읽다보니 요사이 한국에선 <이영돈PD의 소비자고발-음식재탕>의 여파로 식당의 반찬 재탕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조금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독일에서도 썩은 고기가 유통된 이른바 Gammelfleischskandal(썩은 고기 스캔들)이 불과 몇년 전에 일어나 이곳 사람들도 치를 떨었었다. 이 고기들은 주로 케밥용 고기로 사용되었다는데, 아마 온갖 양념등으로 무마시켜 케밥 사이에 다른 야채들과 함께 섞어 팔아서 사람들이 쉽게 알아채지 못했던 것 같다.
반찬 재탕에 관해 몇몇 블로거들이 쓴 글에서 이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걸 읽었는데, 다른 분들도 한결같이 권장하듯, 가장 안전한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손수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것이다.
나는 급식세대가 아니라, 초등, 중학교때까진 엄마께서 손수 도시락을 싸 주셨었다. 물론 그 당시 엄마께선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도시락을 싸셔야 했기 때문에 많이 고되고 피곤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그 도시락의 힘 덕분에 학창시절 학업의 스트레스 속에서도 건강히 자랄수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짧은 시간에 재빨리 도시락 싸가는 노하우
재수시절엔 식당에 가는 번거러움과 자투리 시간의 낭비를 막기위해 도시락을 손수 싸서 다녔고, 채식을 시작한 이후로 2-3년 간의 대학 시절 역시 도시락을 싸다녔다.

그때 사용했던 내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말한다면
-먼저 반찬통을 일주일치로 넉넉하게 구비하고, (밑반찬을 구비하고 있는 한식의 좋은 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일요일 저녁에 집에서 일주일치 반찬통에 매일 분량의 반찬을 나눠 담아 냉장고에 넣어둔다.
(김치, 각종 조림-우엉조림, 연근조림, 콩조림 등 )
-밥은 전날 저녁에 전기 밥솥에 취사예약을 해 놓고,
-아침마다 재빨리 밥만 담아서 미리 준비해둔 반찬통을 함께 챙기기만하면 된다.
-여기에 계절별로 제철 과일 한 개씩 후식용으로 첨가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것이다.
늦가을이나 겨울에는 밥이 차가워지는 단점이 있지만, 역시 전날 밤에 보온병에 미리 담아둔 뜨꺼운 차를 곁들이면 나름대로 먹을만 했다.

독일인의 도시락과 요즘 나의 도시락 싸기
독일에서는 많은 직장인들이 점심으로 간단히 치즈를 사이에 끼운 빵 몇조각으로 끼니를 때우고 퇴근후 저녁을 따뜻한 음식으로 풍족하게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저녁에 과하게 먹게 되면 소화가 덜된채 잠자리에 들게 되면 위가 자는 도중에도 계속 소화를 시켜야 하기에 숙면을 취할 수 없다. 따라서 점심에 배불리먹고 저녁에 소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은 회사에 다니는 남편의 도시락을 매일 싸고 있다. 그런데 위에 언급한 문제 때문에 조금 일찍일어나 제대로된 한끼 식사를 만들어 도시락을 싼다. 예를 들면 각종 야채를 넣은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나, 감자와 야채 볶음, 혹은 카레 야채 덮밥같은 것들이 주 메뉴이다. 여름에는 여기에 샐러드를 곁들인다. 중요한 것은 스파게티용 소스나, 샐러드용 소스는 따로 크고 작은 유리그릇에 담아 별도로 넣어주는 것이다. 면이 불거나, 샐러드 잎이 소스에 다 절어버리면 정말 맛이 별로기 때문에.


끔찍하지만, 이 위기가 기회가 된다면...
재탕 삼탕한 음식을 돈을 주고 사먹어야 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메스껍다. 아니 이런 상황에서 어쩔수 없는 여건때문에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해야하고, 그 때마다 불신의 눈으로 살피면서도 그런 음식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정말 끔찍하다. 또 다른 차원의 끔찍함이긴 하지만, 사실 나는 이것 저것을 뺀 비빔밥말고는 채식인이 먹을 것이 거의 없는 대부분의 식단과 거의 100% 미국산 유전자 조작콩으로 만든 모든 식당에서 매일 판매되고 있는 우리나라-한국인들의 식사가 끔찍하다. (단지 두부 뿐만이 아닌, 된장, 고추장, 간장을 쓴 요리들-유기농 식당이 아니고서야, 우리 콩으로 만든 콩제품을 사용하는 식당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대학다닐때, 학교 앞 체인 분식집에서 동물성 재료를 뺀 비빔밥을 주문하고 몇 안되는 반찬과 함께 나올때마다
"김치는 제가 안 먹으니 가져가 주시고, 이 단무지도 양이 많으니 절반만 주세요."
라고 요구를 하면 나를 약간 생소하게 보곤 했다.
그곳에선 고추장을 늘 작은 접시에 따로 담아 줬는데, 양이 많으면 눈물 찔끔흘리면서도 다 비우곤 했었다. 다소 미련한 짓 같아도, 생태적인 이유로 채식을 시작했으면서, 스스로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다.
다른 분들도 제안하셨듯이, 소비자 측에서 자꾸 요구를 하다보면 시정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4인 가족 기준 가구당 연간 125만여원에 상당하는 음식물을 쓰레기로 버린다는데, 이런 노력들이 쌓이다보면 우리나라의 연간 음식물 쓰레기 양도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
이 위기를 기회삼아 많은 이들이 먹을 거리와 건강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해 사람들은 깨끗한 음식을 먹고, 또 자동으로 음식물쓰레기도 줄어들어 다들 좀더 생태적인 삶을 살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 자료
가정에서 실천하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법(한국 소비자 보호회)
http://www.bulgok.hs.kr/upload/20071015092640.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