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없이 살기' 시리즈 2-2]

2013. 11. 1. 03:40My-ecoKitchen


(이전글 ['냉장고 없이 살기' 시리즈 2-1]에서 이어집니다.)


겨울철 비타민 부족은 새싹 채소로 해결하자 : 가을걷이 저장과 생태적인 싱싱한 겨울 채소의 비법



가을걷이 보관 요령 - 생과일과 생채소 저장하기

 

할레(Halle an der Saale)로 이사 오고 나서 이젠 좀 체계적으로 켈러를 사용해 보자는 생각에 몇 개의 선반을 사서 벽 한쪽에 3개의 4층 철제 선반을, 마주보는 다른 한 면에는 독일 마트나 식료품 상점에서 자주 쓰는 나무 상자를 구해다 층층이 쌓아 과일과 채소 보관할 공간을 만들었다. 철제 선반에는 병조림과 건조식품을, 나무상자에는 구매한 유기농 기본 채소와 가을에 수확한 과일과 텃밭 채소를 보관한다.

 

인터넷 등 여기저기에 여러 가지 채소 보관법이 많이 나와 있지만, 우리 집에서 기본적으로 주의하는 사항은 크게 다섯 가지 정도이다.


1. 어떠한 채소며 과일이건 가능한 다른 식품이 위에서 누르는 일이 없도록 한 층으로 저장할 것.

2. 가능하다면, 자연에서 자란 방향대로 저장할 것. 예를 들면, 뿌리 쪽이 아래로 가도록 세워서.

3. 이렇게 보관하는 작물은 수시로 살펴 조금이라도 상하기 시작하면 골라내고 (특히 사과 등의 과일류), (감자 같은 경우) 싹이 났다면 일일이 싹을 제거해 줄 것.

4. 가을에 수확한 야콘 등의 뿌리채소는 기본적으로 깨끗한 모래나 숯 알갱이에 묻어 저장하는데, 이 때 마르지 않게 습도를 유지해 줄 것.

5. 마지막으로 연중 내내 너무 건조하지도, 습하지도 않게 (켈러가 보통 반지하 이하에 위치하기 때문에 습하지 않도록 유지하는 데 유의한다.) 통풍을 자주 시킬 것.(더운 여름에는 기온이 떨어진 한밤중에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유입시키고, 겨울에는 해가 날 때 통풍을 시켜 켈러의 신선도를 유지한다.)

 

▲ 우리 집 켈러의 과일 채소 보관 모습▲ 우리 집 켈러의 과일 채소 보관 모습 보관 장소에 여유가 있다면 어떤 채소며 과일이건 가능한 다른 식품이 위에서 누르는 일이 없도록 한 층으로 저장하는 것이 좋다. ⓒ 김미수


 

과일 저장


 

채소 저장

 


겨울 채소로 싱싱한 겨울나기- 저장법 외에 겨울에도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는 비법


늦봄부터 가을까지는 텃밭에서 나는 각종 신선한 허브들과 채소들을 먹지만, 겨울에는 텃밭에서 수확할 수 있는 채소가 매우 제한적이다. 겨울에 우리 집 눈 덮인 텃밭에서 수확할 수 있는 작물들은 색색의 근대, 엄지손가락 마디만 한 장미 양배추 (독어명 Rosenkohl), 케일의 일종인 녹색 혹은 갈색 잎 양배추(독어명 Gruenkohl & Braunkohl), 배추, 파슬리, 회향, 달맞이꽃의 뿌리, 그 외 영하의 날씨에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몇몇 허브들이다. 생각보다 겨울에 먹을 수 있는 텃밭채소의 가짓수가 적은 편은 아니지만, 엄동설한에는 작물들의 생장 속도가 더디므로,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우리 집 텃밭에서는 여름처럼 매일같이 텃밭 겨울 채소를 수확해 먹을 수는 없는 실정이다. 물론 이런 때를 특히 대비해 각종 채소 병조림을 갖춰 두고 있긴 하지만.

 

비닐하우스에 별도의 난방을 하고 인공 빛을 쫴 길러내지 않는 한, 자연적인 조건에서라면 겨울철엔 신선한 샐러드를 구경하기가 힘든 게 현실인데, 겨울에도 신선한 샐러드를 맛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았다. 바로 새싹 채소와 양동이에 넣어 빛을 차단해 기른 민들레와 치커리 샐러드이다.

 

새싹채소


▲ 겨울철 생생한 영양 공급원 새싹채소 하루 두 번 물 헹굼만으로 간편하게 길러 낼 수 있다. ⓒ 김미수



양동이에 넣어 빛을 차단해 기른 샐러드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냉장고 없이 도시 생활하기 - 노하우 도시 생활에 적용하기

 

작년과 올해 켈러 온도를 몇 번 측정해 봤는데, 겨울에는 0~8도 사이(독일의 겨울은 한국처럼 겨우내 영하 날씨가 지속되기 보다, 주기적으로 날씨가 변하는 경우가 잦다. 그래서 영하 15~20도 가까운 날씨가 3주 가까이 계속 되다가도 다시 영상 5도 이상의 날씨가 몇 주간 지속되기도 한다. 이렇게 날씨가 다소 온화해 지면, 켈러의 온도도 따라서 상승한다.) 한여름에는 10~20도 사이(20도 근접할 때는 아마 바깥 온도가 35도 이상 40도에 가까운 날들이었던 것 같다.) 정도로 생각보다 기온이 높았다.

 

하지만 이전 해에 담근 김치가 보통 다음 해 봄까지 생생하고, 또 담은 지 2년이 되는 밀봉하지 않은 깻잎 장아찌가 그대로 인 것을 보면, 이런 음식들이 무조건 저온의 김치 냉장고에 보관해야만 오래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집 켈러처럼 급격한 온도 변화가 거의 없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하는 게 아닌가 싶다.

 

방송에서 보여진 우리 집 사는 모습을 보고, 우리 부부가 딴 세상 사는 사람들 같다는 이도 있었고, 도시 생활에 찌들어 바쁘게 살다 보니, 부러워도 당장 실천할 수 없는 현실에 서글퍼하는 이도 있었다. 귀농했거나, 원래 터를 시골에서 잡고 최소한 텃밭 농사를 지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면, 우리 집 모습이 많이 생소하진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한국의 가옥 스타일이 저장 공간용 지하나 반지하를 두지 않은 경우가 많은 탓에 아마 우리 집 켈러를 보고 부러움을 느끼는 경우는 간혹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시골에서 살지 않아도 흙 마당이 있는 주택에 사는 이라면 최소한 땅을 깊게 파서 그 안에 채소를 저장하는 움 저장 법이라든가 큰 항아리 등의 용기를 역시 땅속에 파 묻어 두고 그 안에 채소를 저장한다든가 하는 등 냉장고 없이도 채소를 저장할 만한 여러 응용 방법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총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대도시에 몰려있는 대한민국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위와 같은 사람들의 반응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도 2005년에 한국을 떠나오기 전까지 대도시에서, 바쁜 생활 중에 어떻게 조금이라도 생태적으로 살아 볼까 고군분투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 생활을 하는 이라 할지라도 난방을 하지 않는 서늘한 창고방 한 켠이나, 그늘진 베란다 한 곳을 마련해 병조림이나 건조한 허브나 채소 같은 것을 보관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한때 한국에서 붐이 일기도 했던 새싹 채소를 길러 먹는다거나, 치커리나 민들레를 겨울에 양동이에 길러 먹는 방법 같은 것도 생태적인 삶을 꿈꾸는 도시인들에게 꽤 유용한 방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치커리 같은 경우 씨앗을 사서 따로 길러야 하지만 민들레는 아스팔트 틈새에서 자라기도 하는 생명력이 강한, 심지어 누군가에게는 '잡초'로도 여겨지는 야생초니, 구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글에 소개한 채소 병조림 같은 방법을 사용해 보면 대도시의 아파트 생활에서도 겨울철에 한시적으로 나마, 냉장고를 가동하지 않고도 거뜬히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냉장고 가동을 멈추는 결정을 내리지 않더라도 소개한 방법들을 병행하며, 최소한 좀 더 작은 규모로 냉장고 크기를 줄여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복잡하고 빠듯한 도시 생활 속에서도 나만의 생태적인 삶을 실천해 보자. 내가 실천하는 것들이 하나에서 둘이 되고, 둘에서 넷이 되고, 일곱이 된다면. 도심 속 생태적인 삶이 더는 다른 세상 머나먼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 식료품 보관과 신문지 이용  



음식 보관에 사용하는 신문지, 정말 괜찮을까?

우리나라 가정에서는 음식 보관하는 데, 신문지 활용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인터넷에 소개되어있는 채소 보관법에서도 신문지 사용을 권장하고 있기도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예전부터 나는 이것이 영 꺼림칙했었다. 물론 신문을 인쇄할 때 석유계 잉크를 쓰던 것에서 탈피해 요즘은 대부분 콩기름을 원료로 한 잉크를 쓴다는 것은 들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알록달록한 칼라 지면이 빠지지 않는 신문지가 음식물 저장에 직접 이용해도 좋을 만큼 무해한가에 대해 나는 의구심이 들곤 했다. 심지어 광택과 색을 내는 도자기 유약 성분에도 간혹 중금속을 함유한 물질이 포함되기도 하는데 말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신문지 잉크 독성'을 쳐보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게 햄스터 등의 애완동물을 기르는데, 동물 우리에 깔아주는 바닥재(bedding)로 신문지 사용을 하지 않을 것을 권장하는 내용이었다. 신문지 잉크의 독성이 애완동물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친환경잉크에 대하여 (SOY & UV 그리고 EB잉크)>라는 동국대 인쇄 화상전공 김일태의 발표 자료를 참고하면, 콩기름 잉크는 '석유의존도가 낮고 독성이 적어 환경친화적인 잉크'이지, 독성이 전혀 없는 완벽히 해가 없는 잉크는 아니다



<'냉장고 없이 살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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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글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