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새해인사

2017. 1. 22. 06:13My-ecoLife

김미수 © my-ecoLife.net


병신년 한 해는 참 일도 많고 탈도 많은 한 해였습니다.

이곳 독일 할레에는 유월 한여름에 별안간 우박이 쏟아지고, 사막같은 기후로 한창 푸르러야할 때

나뭇잎과 들풀이 메말라 노오란 가을풍경을 자아 내기도 했습니다.


또 작년 크리스마스엔 어김없이 휴가를 내어 시댁에 다녀왔습니다.

독일에선 크리스마스가 연중 제일 큰 명절 중 하나라 오랜만에 가족 친지들을 만나 뵙고,

북적북적 소란스런 시간을 보내다 왔지요. 멀리 살아 평소엔 자주 보지 못하는 얼굴들 보니 반갑고 좋긴 한데,

크리스마스엔 크리스마스라고 저녁을 한~ 상을 차려 먹고

세밑 마지막 날엔 또 새해 맞이 한다고 모여서 먹고 마시고 자정 넘게 보내다 보니...


위도 고생 안 하고 요란 떨지 않고 조용히 해넘이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그런 시간이 문득 그리워졌습니다.  

명절이며 특별한 날들을 일상처럼 보내고, 오히려 그런 날 단식을 했다던 헬렌과 스코트 니어링이 부러워졌다면,

제가 너무 복에 겨워 투정하는 걸까요? 

 


아, 올 겨울은 제일 추운 날도 영하 10도를 윗도는 '고만고만' 하지만 꾸준히 추위가 지속되는 '어느 정도 겨울다운 겨울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크게 춥지도 않지만, 온화한 날들이 생각보다 적어 텃밭에 살아남은 허브와 야생초가 작년보다 좀 적은 듯하네요.


사진 속 식물은 한국 독일을 막론하고 흔하게 텃밭에서 흔하게 자라나는 야생초로, 저희 집에서는 사랑받는 샐러드 식물 중 하나인 '아기별꽃'입니다. 조그맣고 하이얀 꽃이 가득 피어 오르면 '밤하늘 작은 별빛이 텃밭에 내려 앉은 듯' 참 곱기도 곱습니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이런 어여쁜 이름이 붙었겠지요. 제 입에는 약간 오이향이 나는 듯하지만, 향도 맛도 그리 강하지 않아 샐러드 베이스로 쓰기에 그만입니다. 뭐 눈 덮힌 텃밭에서는 맛과 향 따지고 자실 것도 없이 푸르게 올라온 것들은 일단 수확하고 보긴 하지만.


아기별꽃의 이름은 Chickweed로, 우리말로 그대로 옮기자면 '병아리풀이나 닭풀'쯤 되겠네요. 텃밭에 닭을 키워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예전엔 닭들이 꽤 즐겨먹던 풀이었나 봅니다. 식물이름에 닭이 들어갈 정도면. 옥스퍼드 사전에 가금류가 간간히 먹는다고 나오는 걸 보면 닭이든 뭐든 새들에게 먹히는 특별한 매력이 있나봐요.


눈 속에서 살아남은 Chickweed와 정유년 닭의 해, 어쩐지 예감이 좋은 느낌!입니다.



한국에서는 작년부터 뒤숭숭한 일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유년 새해에는 다들 하루 빨리 해결되어 안정이 되고,

'바르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바라봅니다.

 

들러주시는 모든 분들 올 한해도 건강하시고, 댁내에도 웃음이 가득하시길!

평범하지만 행복하고 그래서 매일 매일이 소중한 날들 소중한 이들과 함께 보내시길!!

멀리 독일에서 기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독일 블루메나우에서

두손 모아

My-ecoLife 미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