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자원 이용법

2016. 5. 4. 23:16My-ecoLife

 

[독일댁의 생태적인 삶]

- 최소한으로 쓰고, 다시 쓰고, 바꿔 쓴다 (글 전문 보기)

 

지난 2003년에서 2013년 사이 독일 포장쓰레기는 1천550t에서 1천710t으로 늘었다. 2013년 한 해 동안 한 명당 212.5kg의 포장쓰레기를 배출한 셈으로[각주:1], 독일 전체 쓰레기 배출량의 35%를 차지한다[각주:2]. 그나마 독일 내 포장쓰레기의 물질적인 재활용률은 71.8%이고, 소각되어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재이용률까지 포함한 총 재활용률은 97.6%로 꽤 높은 편이다[각주:3]. 하지만 재활용에 드는 각종 에너지와 소각으로 사라지는 포장재 생산에 드는 자원을 생각하면 재활용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재활용·재이용을 철저히 하는 동시에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글 _ 사진 김미수

 

 

 

 

▲ 재래시장과 대형 마트에서 많이 쓰는 채소 운반용 나무상자를 얻어다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와 과일을 보관하는 데 쓰고 있다. ⓒ 김미수

 

 

 

 

 

 

유기농산물 때문에 비닐포장이 늘었다고?
지난 십여 년 사이 유기농 붐을 타고 독일 내 일반 마트에서 유기농 채소가 기존의 일반 채소와 함께 판매되면서 과도한 포장 문제가 발생했다. “유기농 상품은 유기농 인증표시가 있어야 하고, 소비자가 일반 관행농 상품과 명확히 구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유럽연합(EU)의 방침[각주:4]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일반 마트에서는 유기농산물과 일반 관행농산물을 구분하는 손쉽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각개 비닐포장을 선호하고 있다. 물론 딸기처럼 조직이 물러 손상되기 쉬운 경우에야 식품 보호 차원에서 소포장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오이같이 껍질이 단단해 굳이 개별 포장이 필요 없는 종류까지 하나하나 비닐포장을 해서 판매하고 있으니 문제다. 이렇다 보니 일반 마트를 통해 유기농산물을 소비할수록 포장쓰레기가 늘어나는 환경적 아이러니가 독일 소비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1991년 제정되어 현재까지 EU의 지침에 맞춰 총 7차 개정을 거친 독일포장조례의 첫째 목표는 포장쓰레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도록 하는 것이다[각주:5][각주:6]. 하지만 독일연방환경청 발표자료를 보면 2003년부터 2013년 사이 독일의 포장쓰레기양은 매년 증가했고, 나무재 대부분과 플라스틱재 절반 이상이 소각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2009년 세계경제 위기 당시 포장쓰레기 배출량이 10년 중 최저치를 보였고, 경기가 풀리기 시작한 이듬해부터 다시 늘었다는 것이다[각주:7]. 이는 포장쓰레기가 철저히 조건과 상황에 영향을 받으며, 생산자·유통자들의 노력과 정책에 따라 얼마든지 줄어들 수 있음을 보여 준다.

 

 

▲ 독일 유기농 가게에서는 신선채소와 과일 코너에서 종이봉투를 제공한다. 사진 중앙에 있는 거치대 위쪽엔 종이봉투가, 아래쪽엔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폴리에스테르 주머니가 걸려 있다. 요즘 들어 종이봉투와 작은 비닐봉지를 함께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여전히 종이봉투가 대세다. ⓒ 김미수

 

 

 

과일주스병은 제조사 관계없이 크기·모양 같아 재사용 용이

독일 유기농 가게 대부분은 신선 채소와 과일 등을 포장 없이 큰 상자에 담아 진열한다. 진열용 상자는 대부분 튼튼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접이식으로, 고장 나지 않는 한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또 물러지기 쉬운 딸기류는 조금씩 종이상자에 담아 판매한다.


소비자는 가게에 비치된 무료 종이봉투에 원하는 만큼 신선식품을 담아 무게나 개수에 따라 가격을 지불한다. 할레에 있는 단골 유기농 가게에서는 종이봉투 외에 신선채소용 폴리에스테르 주머니를 따로 파는데, 이런 주머니는 깨끗하게 빨아 가며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종이봉투와 함께 작은 비닐봉지를 함께 제공하는 유기농 가게도 있지만 유기농 가게는 여전히 종이봉투가 대세다. 예전에 살던 에베르스발데의 유기농 가게는 서비스 차원에서 곡물 분쇄기를 갖추고 있었다. 가게 한구석 분쇄기 옆엔 지역산 유기농 곡물 서너 종류가 면으로 된 주머니에 담겨 있었다. 소비자는 계량용기에 원하는 만큼 곡물을 받아 직접 분쇄해 종이봉투에 담아 갈 수 있었다. 참고로 독일에서는 곡물가루를 유기농 관행농 할 것 없이 비닐코팅이 되지 않은 종이봉투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독일 유기농 가게의 음료 대부분은 보증금이 붙은 재사용 환불 유리용기에 담겨 있고, 역시 환불보증금이 붙은 튼튼한 플라스틱 운반 상자에 담아 집까지 안전하게 가져갈 수 있다. 환불 유리용기는 수거해 세척하면 그대로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어, 일회용 환불 플라스틱병을 세척한 후 녹여 새로운 용기를 만드는 ‘에너지가 많이 드는 재활용’을 하는 것보다 경제적이고 생태적이다. 거기다 유기농 과일주스병은 생산회사가 어디든지 간에 크기와 모양이 똑같아 회수 후 재사용하기까지의 과정이 훨씬 수월하다. 일반 마트에서 파는 과일주스 대부분이 비닐코팅된 종이팩이나 플라스틱병에 담긴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플라스틱병은 운송을 위해 두꺼운 비닐로 한 번 더 포장하기도 해 포장이 이중으로 낭비된다.

 

 

 

▲ (왼쪽)음료 대부분은 보증금이 붙은 재사용 환불 용기에 담겨 있다. 특히 유기농 과일주스병은 생산회사에 관계없이 크기와 모양이 똑같아 회수 후 재사용하기 좋다. (오른쪽)재이용이 어렵게 된 포장재라도 버릴 게 없다. 채소를 담았던 종이봉투는 씨앗 보관 봉투로, 포장상자는 손그림을 그려 엽서로 쓴다. ⓒ 김미수

 

 

 

 

 

자원 낭비 줄이는 직거래와 텃밭 농사

재이용하기 어렵게 된 포장재는 집안 곳곳에서 요긴히 쓰고 있다. 유기농 가게의 채소용 종이봉투는 씨앗 보관 봉투로 만들고, 종이용기는 봄에 모종 키우는 작은 화분으로, 재질이 두껍고 색감이 근사한 몇몇 포장상자는 잘라서 엽서나 카드를 만드는 데 쓰기도 한다. 또 신선식품을 진열하는 데 사용한 후 폐기하는 종이상자를 얻어다 부엌 선반 수납장으로 활용했다. 언제 또 다른 도시로 이사하게 될지 미래가 불투명해 가구며 수납장 구입을 망설였던 우리 부부에게 자원을 재활용하며 쓰레기도 줄일 수 있어 안성맞춤이었다. 재래시장과 대형 마트에서 채소를 운반하는 데 많이 쓰는 나무상자를 얻어다 우리 집 반지하 저장소인 ‘켈러’에 층층이 쌓아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와 과일 등을 보관한다.


포장으로 인한 자원 낭비를 막으려면 직거래를 하거나 생산자가 먹을거리를 정기적으로 소량씩 공급하는 지역사회지원농업(CSA) 회원이 되는 방법이 있다. CSA 안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서로 협의해 얼마든지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할 수 있다. 더 좋은 방법은 손수 텃밭을 일궈 조금이나마 먹을거리 자급을 하는 것이다. 우리집 텃밭은 170㎡밖에 안 되지만 항상 먹을거리가 가득하다. 그래서 판매량이 많아 저렴한 감자·당근·양파 등 기본 채소를 제외한 나머지 채소는 사철 내내 구입할 일이 거의 없다. 그러니 자연히 따라오는 포장쓰레기도 현저히 적다.


요즘처럼 판매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포장은 기능적인 측면을 넘어서 디자인과 색상이 갈수록 화려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들은 그에 대해 별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제조업계와 유통업계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무의미한 포장 경쟁을 멈추고, 단일경작으로 대량 재배한 옥수수로 만든 친환경 포장재 개발보다 재생자원을 이용한 포장재에 독성 없는 잉크를 쓴 진짜 생태적이고 소박한 포장으로 바꿔 나가면 좋겠다.


우리는 살면서 저마다 많은 흔적을 남긴다. 그런 흔적들이 모여 쓰레기로 산을 이룰 수도, 불모지에 싹을 움트게 할 수도 있다. 이왕이면 세상을 좀 더 깨끗하게 하고 이롭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쓸모를 생각하고 자원 순환의 속도를 늦추는 것, 그래서 우리 삶의 흔적이 다양한 생물종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 데 일조하기를 소망한다.


 

↘ 김미수 님은 생태적인 삶을 향한 한 걸음으로 2001년 가을부터 완전 채식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2005년 독일로 건너가 ‘조금씩 더 생태적으로 살아가기’에 중심을 두고 남편과 함께 지속가능한 농사를 지으며 생태적 순환의 삶을 사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www.my-ecolife.net에 이런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에서 만드는 월간지 <살림이야기> 46호 2016년 3월호 44~46쪽에 실린 글입니다. 2016년 첫호부터 '[독일댁의 생태적인 삶]'이란 꼭지명 아래 독일에서 겪는 생태적인 삶과 독일내 생태˙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살림이야기 측에서 동의해 주신 덕분에 2016년 2월호가 발간되면서 이 글을 My-ecoLife에도 전문 공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살림이야기 홈페이지에 가시면 과월호의 다른 모든 내용도 보실수 있습니다.

 

Link: [살림이야기]

 

 참고 자료 


 

 

  1. Kurt Schüler, "Aufkommen und Verwertung von Verpackungsabfällen in Deutschland im Jahr 2013", Umweltbundesamt(UBA)(2015) [본문으로]
  2. DESTATIS-Statistisches Bundesamt (DESTATIS), "617 Kilogramm Abfall pro Kopf im Jahr 2013: Deutschland deutlich über dem EU-Durchschnitt", www.destatis.de (검색일 2016.2.10) [본문으로]
  3. 앞의 논문, Schüler (2015) [본문으로]
  4. Alexander Dallmus, "Warum werden Bio-Gurken in Plastik verpackt?", BR 1-Umweltkommissar, www.br.de(2013.7.25) [본문으로]
  5. Bundesministeriums der Justiz und für Verbraucherschutz, "Verordnung über die Vermeidung und Verwertung von Verpackungsabfällen (Verpackungsverordnung - VerpackV)", www.gesetze-im-internet.de(1998.08.21) [본문으로]
  6. Umweltbundesamt(UBA), "Verpackungen", www.umweltbundesamt.de (검색일 2016.2.10) [본문으로]
  7. 앞의 논문, Schüler (2015)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