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쓰레기 없이 살아가기

2014. 3. 1. 06:59My-ecoLife

미련 없이 잘 버리기?  우린 못해, 안 해! (글 전문 보기)

 

 

너무 짧아 더는 사용할 없는자투리끈 수집상자까지 따로 만들어 보관한 이름 없는 가정주부를 존경한다 헬렌 니어링의 말이 생각난다. 사용할 없는 끈까지는 아니어도 한때 포장에 쓰인 스카치테이프도 재활용한 전적이 있는 우리 부부는 천성이 모으고 수집하기를 좋아하고, 우리에게 물건을 당장 쓸데는 없어도 그냥 버리기엔 아까워 뭐든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살림 하기로 소문난 고수 주부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는 살림비결은미련 두지 말고 버리기라고 하던데, 우리 부부는 죽었다 깨어나도 따르기 힘든 말이다.



종류별로, 색상별로 독일의 철저한 쓰레기 분리수거정책


일에서는 쓰레기를 버리고 매립하는 것만이 아닌 생태적 순환경제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세계적인 에너지·자원 부족, 온실가스 배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안으로 이른바 지속 가능한 쓰레기 처리·활용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5년간 독일에선 쓰레기 처리기술과 환경 분야 기술이 급격히 발전해왔고, 중요한 경제요소로 급부상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독일 쓰레기 정책의 3단계 신조는 ‘(버리는 것을) 피하고, 재활용한 , (남은 것을) 폐기하자이다. 요즘은 여기서 재활용 부분을 세분화해재사용을 위한 준비, 재활용, 다른 측면의 재활용물질적 재활용과 에너지 측면의 재활용 친환경적으로 폐기하기라는 5단계 정책을 따르고 있다.


쓰레기 대부분은 내구성이 강한 플라스틱 용기에 수거한다. 보통 진한 회색 뚜껑 용기는 일반 쓰레기, 노란 뚜껑은 플라스틱·금속 재활용 쓰레기, 파란 뚜껑은 종이 쓰레기, 갈색 뚜껑은 음식물이나 나뭇가지 생분해성 쓰레기를 수거하는 용도이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일반 쓰레기는 일인당 최소 20ℓ 계산해 가정에 맞는 용기를 시에서 구매하고, 용기 크기를 기준으로 쓰레기 처리비용을 지불한다. 생분해성 쓰레기를 직접 퇴비화하는 가구로 시에 등록하면, 관련 용기는 따로 필요가 없고 적은 액수지만 돈도 절약할 있다.


반찬을 두고 먹는 문화가 아닌 독일에서 생분해성 쓰레기함(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과 비슷하다) 수거하는 쓰레기는 녹색 찌꺼기 부르는 식물 찌꺼기(나무나 잔디를 자르고 등으로 미생물에 의해 분해 가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생분해성 쓰레기는 보통 시와 협약을 맺은 퇴비 회사로 보내져 퇴비가 된다. 근래에는 퇴비화 단계에서 메탄가스를 생성해 연료용 가스로 쓰거나 전기 발전에 이용하기도 한다. 이후 남은 찌꺼기로 퇴비를 만들어 쓰레기의 재재사용을 실천한다.


용기로 많이 이용되는 유리병이나 페트병 환급 보증금이 붙는 것들이 있다. 콜라병, 페트 생수병, 맥주캔 등은 사용하는 병이고 유리로 맥주병, 생수병 등은 여러 재사용이 가능한 병으로 나뉜다. 사용하는 병의 환급 보증금은 보통 25센트( 350) 정도이고 여러 재사용이 가능한 병은 8센트에서 15센트 정도이다. 보증금이 없는 나머지 유리 용기는 거주지와 대형 마트 근처에서 쉽게 발견할 있는 수거함에 흰색, 녹색, 갈색으로 분류하게 되어 있다. 어떤 주에서는 플라스틱과 유리병의 경우 시청에서 무료로 나누어 주는 분리수거용 비닐봉지에 넣어 지정된 날짜에 내놓게 한다. 이렇게 수거된 각종 플라스틱 유리를 재활용하면, 용기를 만드는 것보다 0.2~0.3% 정도 생산 에너지가 적게 든다 한다.


생분해성 쓰레기가 퇴비로 재탄생하는 과정▲ 왼쪽부터 생분해성 쓰레기가 퇴비로 재탄생하는 과정 ⓒ 김미수


독일의 재활용 분리수거▲ 독일의 재활용 분리수거. 왼쪽부터 재활용 쓰레기, 일반 쓰레기, 종이 쓰레기 수거 용기(왼쪽). 유리병 수거함은 집 근처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오른쪽). ⓒ 김미수


외에 년에 정도 1 정도 부피의 대용량 쓰레기를 무료로 버릴 있는 제도가 있다. 주로 이사할 덩치 가구나 쓸모없는 가전제품 등을 버리기 위해 이용하는데, 안타깝게도 이런 대용량 쓰레기는 재사용하지 않고 수거 차량에 달린 기기로 즉석에서 폐기한다. 결혼 예기치 않게 대용량 쓰레기가 어떻게 순식간에 폐기되는지를 목격한 , 독일=녹색 국가+검소한 국민들이란 생각이 단번에 깨졌던 기억이 있다.

시의 정책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일부 단체나 쓰레기 재활용 회사 등에서 설치한 수거함을 거리에서 쉽게 있다. 또는 두어 달에 정도 우편함에 수거 날짜를 미리 알린 , 정해진 날짜에 사람들이 앞에 내놓은 등을 거둬 간다. 내가 애용하는 카데디라는 중고용품 가게는 기증자가 물품을 직접 가게로 가져다줄 수도 있어 물품의 순환이 빠르다.



퇴비화장실 쓰고 냉장고 없이 사니 버릴 하나 없어


쓰레기 배출과 관련해 우리 부부가 스스로 정해 지키는 가지 원칙이 있다.

1. 가능한 쓰레기 배출을 하지 않는 생태적 순환의 삶을 사는 ,

2. 쓸 있는 만큼 여러 재사용한

3. 아주 쓸모가 없어지면 재활용이나 일반 쓰레기통으로 보내는 등이다.

이는 생태적으로 살아가기라는 우리 삶의 중요한 신조를 실현하기 위해 정한 삶의 기본원칙이다. 이렇다 보니 이사 특별한 일이 없는 내내 쓰레기함을 가득 채울 만큼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거의 없다. 단적인 예로 일반 쓰레기의 경우 남편과 둘이서는 2 가구의 2주간 예상 배출량인 40ℓ 동안 채우기도 쉽지 않다.


작은 텃밭농사도 짓고 있는데 적어도 여름, 가을은 채소를 사지 않고 있을 정도다. 우리 집은 생분해성 쓰레기를 직접 퇴비화하는 가구로 등록해 이를 위한 수거함이 따로 없다. 생분해성 쓰레기는 생태적 순환의 삶을 사는 매우 중요한 자원으로, 퇴비화장실에서 대소변을 분리해 모은 여기에 음식물 찌꺼기·정원에서 깎은 잔디·가을에 쓸어 모아 낙엽 등을 섞어 두세 달에 번씩 퇴비를 만든다.


남편이 직접 만든 열분해오븐▲ 남편이 직접 만든 열분해오븐. 오븐 위 냄비에서 점심식사를 만들고 있다. ⓒ 김미수

알갱이도 첨가하는데, 버려진 각종 용기와 고철을 재활용해 남편이 직접 만든 열분해오븐에 태풍 등으로 쓰러진 나무 등을 잘게 잘라 건조해 것을 구워 만든다.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로 음식 조리도 가능해 숯을 구울 때마다 정원에서 밥해 먹으면 캠핑 기분도 있고, 전기 레인지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만든 알갱이를 퇴비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바로바로 뿌려주면 실내 냄새를 정화하고, 수집기간 동안 용변이 썩지 않고 유지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화장실을 쓰다 보니, 집에 있는 수세식 화장실은 손님이 방문할 때를 제외하곤 거의 무용지물이다. 전에는 절약을 위해서 욕실과 부엌의 하수를 모았다가 용변을 씻어 내리는 재사용했다. 처음에는 다소 귀찮았지만, 그것도 하다 보니 나중에는 생활이 되어 당연한 듯이 살았다. 그런데 전부터는 퇴비화장실 덕분에 생활하수를 모아 수동으로 화장실 물을 내리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리하던지! 사실 그동안은 재사용으로 자원 낭비를 줄였음에도 우리 몸의 배출물을 여전히처리해야 하는 오물 취급해 물로 씻어 내려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런데 텃밭 달린 집에 퇴비화장실을 만들어 사용하면서 대소변을 귀중한 자원으로 인식하고 귀함을 일상에서 매일 깨달아가는, 과히 생활혁명이라고까지 부를 있을 만한 변화를 맞게 되었다.

 

우리 집 테라프레타 퇴비화장실▲ 학생식당에서 얻어온 10ℓ짜리 케첩 양동이와 5ℓ짜리 식초 용기를 이용해 만든 우리 집 테라프레타 퇴비화장실(왼쪽). 방문한 사람들에게 사용 방법과 원리를 설명해주기도 한다(오른쪽). ⓒ 김미수

 


내가 버리는 쓰레기가 나의 모습


우리 부부는 2005년도부터 냉장고 없이 살고 있다. 그래서 텃밭채소가 풍부한 여름과 달리 생채소가 부족한 겨울철이면 과일·채소·버섯 가능한 많은 음식재료를 병조림해 두고 먹는다. 이런 터라 우리 집에서는 환급 보증금이 붙은 유리병을 제외한 모든 병은 재사용에 재사용을 거듭하고 있다


식료품을 때에도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비닐코팅이 종이 용기에 담긴 제품보다 가능하면 유리 용기의 것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하나 유리 용기가 많아져, 병조림 외에 남은 채소나 양념 등을 보관할 때도 유리병을 활용하곤 한다. 플라스틱 용기와 달리 환경호르몬 유해물질 염려가 없고, 깨져서 버리게 되지 않는 번이고 재사용이 가능해 유리 용기는 건강을 지키고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는 안성맞춤이다.


독일 정부에서 쓰던 자동차를 차로 바꾸면 보조금을 지급한 적이 있다. 표면적으로는신기술로 만들어져 연비는 높고 배기가스 배출은 적은 친환경적인 차로 바꾸기를 장려했고, 기회를 이용해 많은 사람들이 멀쩡한 차를 처분하고 차를 샀다. 실상은 경제위기로 위축된 자동차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정부에서 보조금을 줘가면서 국민들을 상대로 판매를 부추긴 일에 불과했다. 정책이 정말 친환경 정책이었다면, 무작정 차로 바꾸게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차를 친환경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있는 방법을 권장해야 했다. 자동차 대를 새로 생산하는 얼마 많은 에너지와 자원이 소모되는지 따져보고 고민했다면 말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물건을 쓰는 것이 물건을 사서 쓰는 것보다 에너지와 자원면에서 생태적이라는 생각으로 굳이 물건을 사서 써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물건을 사기 전에 먼저 다른 가족들에게 버리기 아까워 창고에 쌓아둔 물건이 없는지 물어보고, 여의치 않아 새로 사야 때면 되도록 중고용품을 선택하는 편이다.


사실 우리가 배출하는 모든 쓰레기-일반 쓰레기부터 매일 몸에서 배출하는 대소변까지- 우리의 생활모습과 습관 등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사람이 가장 많이 남기는 쓰레기가 아닐까?’ 생각을 적이 있다. 지구에 발을 딛고 사는 이상, 쓰레기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대신 하루하루 어떻게 소비할까를 고민하면서, 우리에게 손때 묻은 물건들을 고치고 재활용하며 생태적 순환의 삶을 조금씩 실천해 나가는 것이 우리 부부가 시대를 살아나가는 방법이다.



김미수 님은 생태적인 삶을 향한 걸음으로 2001 가을부터 완전 채식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2005 독일로 건너가조금씩 생태적으로 살아가기 중심을 두고 남편과 함께 지속 가능한 농사를 지으며 생태적 순환의 삶을 사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www.my-ecolife.net 이런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에서 만드는 계간지 <살림이야기> 2013년 겨울호의 심층 기획 '특집-응답하라 쓰레기'편에 실린 글입니다. 살림이야기 측에서 동의해 주신 덕분에 2014년 봄호가 발간되면서 이 글을 My-ecoLife에도 전문 공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살림이야기 홈페이지에 가시면 과월호의 다른 모든 내용도 보실수 있습니다.

Link: [살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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